묵언

by space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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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은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였다.

말을 많이 하였다기보다는 말의 방향이 그랬다.

나의 말은 세상을 향했고 남을 언급했다.

그 언급은 초라했다.

내용도 그러했지만 언급이란 것은 태생적으로 허약하다.

나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본 글귀이다.

人雖至愚 責人則明(인수 지우 책인 칙명)

사람이 아무리 우둔해도 남을 책망할 때는 똑똑해진다라는 말이라 한다.

남을 언급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경계해야 할 말이다.

세치 혀를 놀리면 나오는 것이 말이고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나오는 것이 글이다.


정치의 계절은 다시 왔고

나를 오롯이 얘기하기가 힘든 때가 왔다.

남을 눌러야 남을 말해야 내가 올라가는 시소게임이 시작되었다.


가만히 입을 다문다.

눈을 감는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의 언급 없이도 제 소리를 내며 잘 돌아간다.


종은 자신을 때려 소리를 만들고 울림을 전한다.

남을 때려 소리를 짓고 그로써 자신을 만들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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