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이끌어낼 수평적 생태계 구조 복원이 필요할 때
해병대 박정훈 대령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도 피해 보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감정은 한국사회 직장인들이 조직에서 겪는 흔한 불합리함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채해병 순직 사건은 정당한 수사를 하고도 부당한 징계를 받은 박정훈 대령에 대해서도 마음속 깊은 공감과 안타까운 울림이 있다.
그리고, 청문회를 보면서 박정훈 대령과 그의 상관의 태도의 차이를 보면서 나는 이러한 태도가 나타나는 현상을 주목하게 되었다. 증인선서를 한 박정훈 대령은 분명 군인으로서 정직한 모습이었던 반면 높은 지위를 가진 군 장성들은 증인 선서도 하지 않고 군인의 역할보다는 비겁하게 눈치를 보면서 거짓말을 쉽게 해낼 수 있는 속성을 보이면서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높은 자리에 갈 수 있는지?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상급자의 모습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 역시 30년 가깝게 한국사회 조직문화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경험을 통해 특성을 잘알고 있다.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사회는 실력보다는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들을 우대한다.
이런 특징은 대다수 한국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들은 많은 공감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경찰의 경우 경찰 조직에서 기강 잡는 방법을 이야기하는데 다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상관이 낮은 직급 경찰을 길들이기 위해서 오히려 힘들게 해서 근무지 이탈등을 유도한다고 한다. 그렇게 약점을 잡아야 낮은 계급의 경찰들이 말을 잘 듣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마 모든 경찰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분명 그런 특징은 경찰뿐 아니라 내가 처음 지금처럼 민영화 기업이 아닌 공사시절에는 종종 느꼈던 경향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신입사원으로 발령받았던 시절 나를 많이 아끼던 선배님이 회사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한 핵심적 이론 아라며 나에게 알려줬다.
그것은 콩나물이론이다. 콩나물이론은 너무 빨리 자라면 가장 먼저 뽑힌다고 한다. 대신 너무 뒤처지면 경쟁에 밀려 죽는다. 따라서 중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즉 회사에서는 중간이 좋기에 적당하게 눈치 보며 살아야 직장에서 잘 버틴다고 한다. 또한 승진은 항상 라인을 잘 타야 한다고 한다. 이런 구조는 본질보다는 보이는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실제로 실력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고 바른말하는 사람은 인정 못 받고 사내정치를 잘하는 기회주의자들이 대체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승진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이러한 특징은 공적 조직부터 대기업등과 같이 오랜 세월 한국사회 산업의 중심에 있던 기업 전반에 퍼져있다. 그런 사례는 거의 3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치라고 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일반화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한국사회 공무원조직을 비롯하여 산업 중심을 이룬 기업들의 조직에서 유사한 특성을 가질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냥 민족성 혹은 사회현상이라고 간단하게 결론 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본질적인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식민지 문화의 영향이다. 우리의 조직문화의 본질을 보면 혁신을 위한 구조가 아닌 지배를 위한 구조를 목표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지배와 관리위주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은 주로 식민지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 일제가 만들어 놓은 산업 체계를 미군정이 적산기업으로 분류해서 나누어 줄 때 누가 가져갔었는가에 대한 문제와 연관이 많다. 해방 후 적산기업을 가져온 사람들 역시 식민지시절 부역했던 한국인 관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식민지의 관리 구조를 그대로 오늘날까지 이어온 것이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들이다.
두 번째는 주로 생산위주 산업구조에 원인을 들 수 있다. 한국사회의 주요 산업의 근간은 제조업이었고, 여전히 그 영향은 매우 크다. 제조업의 경우는 특히 생산중신의 산업 특징은 노동력을 투입해서 만들어 가는 구조이다 보니, 노동력을 일종의 자원처럼 여긴다. 이러한 특징이 과거 일본이 사무라이가 중심이 되어 메이지 유신을 하고 수직적 문화 속에서도 제조업 생산과 병영국가 대열로 변모가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시기 일본은 근대화가 아닌 산업화를 했다고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대화가 아닌 산업화로 분류하는 이유는 그 당시 일본민중들이 주체가되어 만든 시대정신으로 이룬 사회변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희려 조선의 동학혁명은 미완이었지만 그런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 조선이 망하고 일제강점기 이식된 식민지 문화를 이어온 해방후 한국사회는 본질적 동학혁명 정신을 이어가지 못했다.
오희려 인간 존중에 대한 가치를 상실한채 군사독재기반 전체주의 국가시절을 겪으면서 생산과 산업에 인력을 투입하고 강제노동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어떤 때는 일제 강점기 식민지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처럼 폭압적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전태일과 같은 노동운동가가 탄생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또한, 국가 운영하는 구조 역시 식민지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법률과 교육등 많은 분야 및 의사결정 구조까지 그대로 가져왔고, 여기에서 해방 후 독립된 민중들이 새로운 가치와 철학을 담아 만든 체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회 체계는 그 시대를 여는 사람들의 철학과 함께 제도가 완성되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사회이기 때문 여전히 식민지 산업구조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 공적조직 및 대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에 물건을 공급하는 2차 3차 도급업체 등 까지 모든 산업 주체들에게 이러한 구조는 영향은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아직청산 못한 식민지 문화잔재 영향에 의해 우리나라의 조직문화는 노동자를 감시대상과 노예로 여기는 식민지산업과 노동 형태라는 역사적 특징을 이어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의 노동운동과 노동자 대투쟁등 87년의 변화로 노동자의 삶이 조금씩 낳아지면서 사실 과거와 다른 내수의 성장과 중산층이라는 계층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87년의 변화는 한국사회에서 합리적인 시민계급을 형성한 중요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IMF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노동환경이 양극화 되면서 반대급부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게 되었다. 그것은 정보통신산업과 콘텐츠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 정보통신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닷컴기업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산업의 싹이 트기 시작했고, 문화콘텐츠 산업 역시 이후 지속적 성장을 했다.
그런데, 이들 산업의 경우 기존의 산업과 다른 경로로 발전됨에 따라 과거와 다른 수직적 구조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였다. 그래서 많은 IT기업은 직급체계를 버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를 하지만, 기존 자본을 가진 과거 구조의 산업들과 융화가 되는 부분에서 매우 어려운 불협화음이 많이 나타났다.
예를 들면 전 세계 최조의 소셜네트워크인 싸이월드를 SKT에서 사들였지만 결국 망하고 말았다. 분명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조직적 특성이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정권의 낙하산과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경영리스크에 의한 본질적 변화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반대로 정권에 줄을 잘 대어 큰 사업권을 가져오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원인에는 한국사회 산업이 적산기업을 이어오면서 권력을 통해 얻어가는 무임승차가 많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즉 혁신이 아닌 권력과 함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약탈적 땅따먹기 같은 경영만 존재했다. 이러한 모습이 오늘날 한국사회가 대기업 중심 사회로 된 원인이기도 하다.
즉 대기업 중심 한국사회 산업구조에는 생태계라는 표현을 찾기 어렵다.
생태계가 존재할 때 자수성가 기업이 나타나게 되고, 도전이 가능한 사회가 된다. 생태계란 소통이 존재하는 수평적 구조의 세상이다. 그리고 다양성이 존재하고 다양한 객체 간 자발적 협력 속에서 창의력이 샘솟아 오르게 된다.
산업 내에 생태계는 모든 산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는 커뮤티니와 같은 구조속에서 나타난다. 즉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산업생태계 구조가 필요하다.
이제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구조 역시 달라져야 한다. 과거 생산중심의 기업 개념으로는 존속이 불가능하다. 변화하는 흐름에 적응 못하는 기업은 결국 사라진다
기업내부에서도 일방적인 구조가 아닌 쌍방향소통이 가능한 구조로서 다양성을 받아들일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한 경영이 요구된다. 이러한 경영을 위한 의사 결정 기관이 이사회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 많은 기업에서는 거수기 이사회를 통해 현실과 무관한 조직개편을 통해 단기적 주가 부양에만 목적을 맞추지만 본질은 경영왜곡이 많다.
따라서, 생산 중심이 아닌 서비스 기업 혹은 IT기업이라면 본질적인 대처를 해야 하고, 산업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이사제와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기업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의 현실감각이 경영에 반영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는 이사회에 약 1/2의 노동자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주제들이 모두 ESG 경영에서 거버넌스(Governence)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을 할 뿐 수직적 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아마도 조직구조와 의사결정 구조자체가 과거 식민지 조직구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구성원들에게 일방적 충성과 순응을 요구한다.
순응을 강요하는 구조는 필연적인 왜곡을 만들고 혁신을 가로막는다.
이제는 순응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대가 달라진다는 의미는 산업과 문화의 중심이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생태계를 살려서 새로운 수평적 조직 구조를 만들어낼 시점이 되었다.
현재도 넓게 보면 생태계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을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조직이나 기업이나 본질을 찾는 다면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의 반대목소리의 경고를 들어야 하고 이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담아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식민지를 통해 이어온 지배구조를 답습하고 있지만, 수평적 생태계 복원을 통해 모든 주체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충분하게 도전이 가능한 사회 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사회를 강하게 만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