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김민채의 하루

첫 월급

by 우주 작가


민채는 오늘 하루 종일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가끔, 잠시 쉬면서도 가끔, 밥 먹으러 걸어 다닐 때도 계속 핸드폰을 봤다.

민채가 보고 있는 것은 은행 앱이었다. 오늘은 민채의 첫 월급날이었다. 오랜 취준생 생활이 끝나고 어렵게 잡은 취업의 기회, 그리고 드디어 민채가 처음으로 자신의 노동의 가치를 받는 날이 되었다.

사실 입사 첫 달이었기 때문에 민채는 계속 교육만 받고 있었다. 민채에게 주어진 본격적인 업무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민채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 있는 회사가 괜찮은 곳인지 취준생 시절에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마음까지 들었다. 민채는 그럴 때마다 1년 전 힘들었던 때랑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뭘 그렇게 자꾸 봐?"


민채의 사수가 몇 번 민채를 잠시 보더니 말을 걸었다.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그냥 월급이 들어왔나.. 확인하고 있었어요."


민채는 서둘러 핸드폰을 뒤집으며 사수에게 말했다.


"오늘이 민채 씨 첫 월급날인가? 좋겠다. 그런데 너무 그렇게 확인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6시쯤 들어오거든"

사수의 말에 민채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일이나 하자.'


민채는 기존에 진행했던 업무 파일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은 2시.. 퇴근까지, 아니 월급 시간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오늘 하루는 갑자기 안 가는 것 같았다.


민채는 그 후에도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젠 앱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시간만 확인하면 됐기 때문이다.


5시 50분이 되자 민채는 더 이상 집중할 수가 없었다. 사수는 그런 민채를 보거니 첫 월급을 받으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민채는 사실 생각한 것은 없었다. 부모님 선물 사드리고... 그다음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수는 남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 같은 때는 은퇴 이후를 설계해야 한다며 월급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채에게는 잘 들리지 않았다. 저축도 투자도 모두 좋지만 지금 민채는 월급을 처음 받는 기쁨,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드디어 6시!!


민채는 서둘러 핸드폰 은행 앱을 켰지만 아직 돈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10분 동안 돈이 들어오지 않자 민채는 자신만 안 들어온 게 아닌가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동료들은 익숙한 듯 제시간에 안 들어올 때가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6시 13분!

민채의 은행에 월급이 찍혔다.

민채는 들어온 돈을 한참 살펴봤다.

어째 약속된 월급보다 더 적은 금액인 것 같았다.


"세금, 민채 씨. 세후니깐"


사수는 자신의 컴퓨터로 일을 보면서 시크하게 말했다. 민채를 쳐다도 안 보고 있었지만 사수는 민채의 마음을 훤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퇴근해요. 이제, 나도 곧 갈 거니깐. 월급날인데 일찍 가야지."


사수가 민채를 쳐다보며 말했다.


서둘러 짐을 챙긴 민채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헤사를 나왔다. 지하철까지 걸어가며 민채는 계속해서 은행 앱을 보고 있었다.


작고 소중해.

인터넷에서 나오는 이 말이 정말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돈에 놀랐고 생각보다 세금이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민채에게는 소중한 돈이었다. 이 돈으로 부모님 선물 사드리고, 월세 내고, 통신비 내고 기타 카드값 내고하면 이제 남는 것도 없는 돈이었지만 민채에게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민채는 지하철을 타는 내내 계속 은행 앱을 보고 있었다.


'누가 보면 로또라도 당첨된 사람으로 알 것 같아.'


민채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하고 혼자 살며시 웃었다. 일확천금은 아니고 대단한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내 월급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보다 더 행복했다.


민채는 어린 시절 읽은 '은전 한 닢'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그 글의 한 문장이 지금 민채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엇을 할지,

돈이 얼마가 남을지는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민채는 이 월급이 갖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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