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임정빈의 하루

친구와의 점심

by 우주 작가

정빈은 갑자기 회사 근처로 온 친구의 부름에 그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연락을 하고 있는 친구였지만 정빈과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냥 가끔 모임 자리에 가면 인사를 하는 편이었고 정말 가끔 둘이 만나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였다. 하지만 최근 2년 간은 만나지도 못하고 메신저로 안부를 전하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정빈은 회사 근처에서 점심 먹기에 괜찮은 곳으로 친구를 안내했다. 점심시간은 1시간 30분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롭게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꽤나 사람이 많은 곳이었기에 정빈과 친구를 자리에 앉아 급하게 밥을 먹기에 바빴다. 서로의 안부를 살짝 묻고는 계속해서 밥만 먹었다. 어차피 서로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러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밥을 먹고 정빈과 친구는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친구는 커피는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자리에 앉은 정빈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친구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친구는 사업을 하고 있었고 최근에 일이 잘되어서 투자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는 계속 자신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차를 어떤 것을 뽑았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빈은 미소를 지으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을 뿐이다. 친구의 자랑은 끝나지 않았다. 정빈은 친구가 자랑하고 싶어서 오늘 자신을 보자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정빈이 예전 일을 생각해보니 이 친구는 자신이 잘 나갈 때는 자랑만 하고 못 나갈 때는 연락이 두절되는 사람이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던 친구였다. 정빈은 그런 친구가 싫지는 않았지만 짜증이 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엄청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것도 있다.


정빈은 쉴 새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도 핸드폰 시계를 계속 보고 있었다. 정빈이 자신의 이야기를 지루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친구는 정빈의 안부를 그제야 자세히 물었다.


사실 정빈의 요즘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정빈은 그냥 평범하게 지낸다고 친구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요새 친구가 잘 지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립서비스의 말도 했다.


그 말에 친구는 다시 자신이 잘 나가는 이야기를 했다. 힘든 이야기도 가끔 했지만 정빈이 느끼기엔 행복한 고민으로밖에 안 보였다.


이제 회사로 돌아갈 시간이 되지 정빈은 먼저 일어나서 미안하다며 다음에 저녁 시간대에 보자고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는 근처에 미팅이 있다며 먼저 가라며 정빈을 배웅해줬다.


정빈은 회사로 돌아가며 오늘 만남을 다시 생각했다. 친구를 만나면 항상 이런 기분이었다.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의 자랑을 듣고 오는 날 같았다.


정빈은 친구의 연락처를 차단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친구에게 잘 들어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정빈은 나이가 들어가니 친구들도 만나기 어려워지는데 그래도 이렇게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게 어딘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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