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전날
"먼저 들어갈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제 직원들이 모두 퇴근했다. 명절 전날이라 오늘은 야근하지 말고 다들 일찍 가라고 했다. 그래 봤자 아주 일찍은 아니었지만...
텅 빈 사무실을 바라보니 마음이 헛헛해진다. 해마다 명절 전날이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사업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10년. 오늘만 버티자라는 마음으로 지난 10년을 살아왔다. 나를 따라주는 직원들이 고마웠고 나에게 화를 내고 떠난 직원들이 미울 때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지난 몇 년 간 사업 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이 일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나이에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신경질이 늘었고 직원들한테 안 좋은 소리도 많이 했다. 회사 사정 때문에 인원을 축소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마음으로는 미안했지만 조금 냉정하게 그들을 대했다.
명절이 되면 뭐라도 챙겨줘야 하는데 라는 마음으로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손에 쥐어주고 직원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그마저도 올해는 안 챙겨주니만 못한 선물을 줬다. 직원들의 표정을 보니 속으로는 내 욕을 하는 것 같다.
사무실은 고요했다. 집에서는 연락이 오지도 않는다. 내가 언제 들어올지 같은 것은 궁금해지지 않은지 오래다.
명절이 되면 가기도 싫던 고향도 이제 찾을 이유가 없어졌고 처가댁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들과 어디 놀러 가기라도 한 적이 있지만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나를 귀찮아할 뿐이었다.
예전에도 명절이 싫었지만 지금은 더 그러하다. 월급쟁이 생활을 할 때는 그토록 기다려졌던 빨간 날은 이제 손해를 보는 날처럼 느껴졌다. 특히 바쁜데 명절 때문에 일을 못 하는 상황이 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었다. 언제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하니 완전한 꼰대가 되었다며 나를 놀려댔다. 사장이 되니 변했다니 뭐니 하면서...
어느새 9시가 되었다.
이제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밖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다음 명절까지 또 버틸 수 있을까라는 복잡한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