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김현서의 하루

스무 살의 겨울

by 우주 작가


현서는 자신이 스무 살이 되면 대학생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중 하나였다.

어릴 적 생각하던 유명한 대학을 갈 성적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만 노력하면 자신도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서가 노력한 결과는 현서가 바라는 데로 흘러가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도 현서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 했다.

어찌어찌 성적이 나와 대학에 원서를 넣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소식은 불합격뿐이었다. 그나마 현서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고 어찌 보면 안전하게 여기라도 가자라고 생각했던 대학에서는 추합 예비 번호가 와서 현서의 마음을 어렵게 했다.


현서는 최근 며칠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속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들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원하는 대학에, 혹은 자신의 점수에 맞춘 대학에 합격해 스무 살의 겨울을 즐기고 있었다. 현서는 친구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은 했지만 마음은 좋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모두 같은 라인을 달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모두 다른 길로 가는 것만 같았다.


현서보다 두 살 많은 친언니는 대학을 가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현서의 언니 역시 대학교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니가 입학하던 해에 코로나가 터져 언니가 꿈꾸던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 한 체 어느덧 2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현서의 언니도 취업을 준비해야 했고 대학 생활보다는 앞으로 뭘 하고 살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그녀였기에 동생의 대학 불합격 소식은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나름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대학교를 다닌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자신의 입장에서 대학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서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보고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과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다른 길을 택한다는 것이 스무 살의 현서에게는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그리고 공무원이라는 게 결국 시험을 봐야 하는 것이라면 같은 시험이라면 재수를 해서 입시 공부를 하는 게 더 좋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현서의 부모님은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면 아예 독립적으로 살기를 원했다. 그래서 언니는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자신의 생활비 정도는 벌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현서는 그렇기에 더욱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서가 대학 진학에 실패하자 현서의 부모님은 현서에게 재수를 해도 괜찮다고 말을 해줬다. 세상의 모든 게 한 번의 기회만 있으면 너무 억울한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 맞다고 현서의 어머니는 현서를 위로해줬다. 현서는 자신을 위해서 여러 가지 조언과 따뜻한 말을 해주는 가족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1월 29일.


명절을 앞둔 현서는 올해는 친척들을 만나러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많이 모이지도 못 하고 가봤자 괜한 오지랖의 말들만 들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현서가 바라던 그림은 아니었다. 현서의 스무 살, 첫 명절은 좋은 대학에서 멋진 성인의 삶을 시작한 것을 축하받는 자리가 되기를 아주 오래전부터 꿈꿔왔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현서는 책상에 앉아 계속해서 고민을 했다. 재수를 한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기도 했다. 지금 재수를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글들도 읽었다. 이미 늦었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2월부터 해도 충분하다는 말들도 있었다.


공무원 시험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여기는 현서가 아예 모르는 영역이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았고 고시 공부만 10년 넘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졸 채용에 대해서 취업 사이트를 계속해서 살폈다. 현서의 마음에 드는 채용 정보는 거의 없었다. 괜찮은 곳들은 모두 대학교를 졸업해야 갈 수 있는 곳들 같았다. 그보다 이렇게 급하게 들어가게 되면 현서의 인생은 이것에 맞춰질 것이라 생각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현서에게 가장 쉬운 것은 재수를 하는 것 같았다. 현서는 작년에 공부했던 문제집을 물끄러미 보더니 문제집 한 권을 꺼냈다. 작년에 공부했던 문제를 풀어보기도 했다. 아직 작년에 했던 공부의 기억이 남아 있어 쉽게 문제의 정답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하던 현서는 이미 재수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물었다. 친구는 이 짓을 1년 더 하려고 하니 죽겠다는 말을 했다. 현서는 웃으면서 재수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현서의 친구는 자신도 이제 시작이라 잘은 모르지만 지금은 정말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며 현서에게 결정할 거면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화를 마친 현서는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다시 한참 생각했다. 자신의 결정이 과연 어떤 결과가 될 것인지, 그리고 만약 또 실패한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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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을 마친 현서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부모님께로 향했다.

스무 살, 현서의 결심을 말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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