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공부는 미친 짓이다

by 우주소방관

공부 학원 보내기 싫어서

(사실 알아보지도 않았지만)

엄마표로 공부시키다가 엄마가 미칠 것 같다. 정말이지. 출산보다도 더 힘든 게 엄마표 공부 같다.


엄마의 끈기, 인내심, 관찰력, 정보력, 준비성. 이 모든 게 한 사람에게 다 필요하다.


공부라곤 기초도 없고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건 1도 없는 나에게 자식들의 공부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그냥 편하게, 텍사스 오스틴에서 퀄리티 좋은 공교육 학교 다니고 있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마음먹고 살면 훨씬 편할 텐데.


그런데 또 그게 안 된다.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도 한 번뿐이고, 나중에 내가 “조금만 더 해줄걸” 하며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오늘도 머리 터져라 애써보는 중이다.


둘째랑 같이 퇴근하고 첫째 픽업해서 집에 바로 오거나 예체능 학원까지 다녀오면 보통 4시에서 5시 사이. 아이들 취침 시간은 7시라 이 사이 시간이 정말 금 같다. 그리고 그 금 같은 시간이 바로 엄마표 공부 타임이다.


아이들에게 뭐가 베스트인지 몰라서 이것저것 죄다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첫째 스케줄표도 자주 바뀐다. 큰 틀은 그대로인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짜잘한 것들이 계속 바뀌는 정도다. 이건 아마 나만 눈치챌 수 있을 거다.


나와 교육 가치관이 비슷하면서도 대선배이기도 한 친한 언니의 팁을 받아 얼마 전에는 집 벽에 온갖 포스터를 붙였다. 수학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 사이트 워드 1–4단계, 한글 자음모음, 역사 로드맵, 그리고 세계지도까지. 언니의 명언은 이거였다.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공부시켜라!”


그 덕분에 첫째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중간중간 쉴 때도 자연스럽게 포스터를 본다. 어쩔 땐 나에게 문제를 내고, 어쩔 땐 혼자 써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도 한다.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눈으로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워크시트도 직접 프린트해서 만들어봤다. 첫째 것, 둘째 것. 매일 한 장씩 풀기. 학습지로 시켜보니 진도가 너———무 천천히 나가서 솔직히 답답했는데, 엄마표 워크시트는 어떨지 모르겠다. 부디 아이들이 잘 따라와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또 오늘 하루를 보내며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도대체 왜 대학원을 가겠다고 지원한 건지. 원…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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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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