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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서 쓰리잡을 할 줄이야

육아 + 일 + 대학원 준비의 기묘한 조합

by 우주소방관

쓰나미 같던 2주가 지나갔다.

낮엔 일하고, 육퇴 후엔 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입학 요건은 꽤 많다.

- 학부 GPA 3.0 이상

- 전공 필수 과목(미술 18학점, 심리 12학점)

- 추천서 2부

- 750~1000단어 에세이

- 포트폴리오

- 성적표

- 인터뷰

딱 봐도 준비할 게 한가득이다.


가장 먼저 손댄 건 학부 성적표였다.

문제는… 한국에서 미술 전공 과목을 들었던 대학이 어떤 이유인지 지금은 성적표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막막하기도 하고 짜증도 많이 났다.

다행히 편입했던 미국 대학에서 해당 과목들을 인정해줬었고, transfer policy 공식 문서까지 제출해 증빙하니 ‘성적표 문제’는 깔끔히 해결됐다. 성적표 안에 전공 필수 과목도 모두 들어 있으니 한 번에 두 가지 조건이 해결된 셈이다.

학부 전공이 ART THERAPY라서 기본 요건들이 거의 자동으로 갖춰져 있었다는 건… 진짜 감사한 일이다.


에세이는 다행히 브런치에 써둔 기록들이 있어 금방 완성할 수 있었다. 이미 내 글이 있으니 다듬기만 하면 됐다. 영문 작성은 쳇지피티의 도움을 받았고, 쉬운 단어 위주로 조합해줘서 외우기도 부담 없었다.


포트폴리오는 2D, 3D 작품을 포함해 20점 정도. 제목, 연도, 사이즈, 간단한 설명을 달고 링크로 제출하면 끝. 예전부터 작품 파일을 정리해놨던 덕분에 하루 만에 준비가 끝났다.


문제는 추천서였다. 총 2부가 필요한데 1부는 교수님, 다른 1부는 현장의 전문가.

전문가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지금 일하는 프리스쿨 원장님이 떠올랐다. 대학원 때문에 양해 구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알릴 겸 부탁드렸는데… 너무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그 자리에서 울컥했다. 이 학교는 정말 떠날 수가 없을 것 같다. 진심으로 알라뷰…!


그리고 남은 하나, 교수님 추천서.

솔직히 바로 떠오르는 교수님이 없었다. 한 분 있긴 했지만, 내 기억 속 그 교수님과 나는…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그땐 내가 철부지 같은 학생이었고, 그래서 미운털이 박혔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나. 떠오르는 분이 그분뿐이니 용기 내어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역시나 답은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게 더 안도됐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

나, 한국에서도 대학원을 졸업했었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사실. 그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교수님이 계셔서 다시 용기 내어 이메일을 보냈다. 놀랍게도 바로 회신을 주셨고, 일사천리로 추천서가 해결됐다. 살았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었다.


이제 남은 건 원장님의 추천서와 인터뷰.


이상하게 전혀 떨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직장 덕분에 매일 영어 회화를 7시간씩 하고 있어서 어쩌면 일상 자체가 인터뷰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콩글리쉬 발음은 여전히 내 스타일이지만, 문장 구성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입학 승인까지 받게 되면, 장학금도 꼭 붙잡고 싶다.

학부 성적이 괜찮은 편이라 가능성이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지금 프리스쿨의 직원 혜택 중 하나가 학비 지원이라는 사실… 이게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전액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지원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여긴 도대체 뭐길래, 어쩌면 천국이 아닐까 싶다.


나의 목표는 장학금 90%, 본인부담 10%이다ㅋㅋㅋ.

만약 그렇게 되면, 정말 꿈만 같겠지?


내년 가을 학기가 시작된다. 그 전까지는 마음껏 놀아야지. 우리 아가들과 더 열심히 놀아줘야지. 놀 수 있을 때 제대로 놀고, 공부할 땐 또 집중하고.

그러다 보면… 육아, 일, 석사. 이 쓰리잡도 결국엔 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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