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해내리
학기 시작 전, 오픈 하우스가 있는 날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한 달 여름 캠프 기간 동안 내가 경험했던 인펜트 클래스는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했다.
10개월부터 18개월까지, 총 8명의 아가들.
오늘은 여기에 부모님들까지 곱하기 2.
짧디 짧은 한 시간 반 동안 열렸던 오픈 하우스였지만,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학부모들과 아가들을 반겼다.
요즘은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깜빡깜빡 잊을 때가 있다. 동료 교사들과 소통해야 하고, 학부모들의 궁금증에도 답해야 하고, 동시에 아가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목소리를 계속 들려줘야 하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문법이 맞는지, 발음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단어 수준이 너무 낮지는 않은지 따질 겨를도 없이 말이 그냥 튀어나온다.
그리고는 뒤늦게 되돌아본다. 내 말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혹시 상대에게 불편을 주진 않았는지. 특히 어린 자녀를 맡기는 학부모들이니 더 조심스럽다.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 하지만, 마음처럼만 되지는 않는 순간들이 생기곤 한다.
이제 다음 주면 진짜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아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정말 떨리고, 또 떨린다.
마음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그래도 든든한 ‘믿는 구석’이 하나 생겼다. 오픈 하우스를 포함해 지난 일주일 동안 교사 트레이닝이 있었는데, 단순한 오리엔테이션이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더 깊고 무게 있는 시간이었다.
무겁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 학교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교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학부모들이 이 학교를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4시간의 돌봄이 단순한 돌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성장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고, 부모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챙기고,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도록 응원해 주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경험했다.
그래서일까. 이곳 교사들의 학교 사랑은 남다르다. 나는 이제 겨우 2개월 된 교사이지만, 이곳에는 3년, 7년, 8년씩 근속한 교사들이 있다. 심지어 원장님보다 더 오래 계신 분들도 있다.
나의 목표도 10년이다.
직장도 10년,
아이들 학교도 10년,
지금의 집도 10년.
물론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알 수 없지만,
진득하게, 오래 함께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