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발전하는 나의 스몰토크
내가 다니는 유치원, 정확히는 데이 스쿨에서 A Night in Santa Fe annual gala 이벤트가 있었다. 데이 스쿨 관련 학부모들과 가족들이 한데 학교를 후원하는 시간이다.
아직도 이런 자리에 가면, 영어로만 말해야 하는 그 공기가 버겁다. 미국인들로 가득 찬 공간. 나에게는 여전히 숙제 같다. 그래도 학교에서 주최하는 행사이고, 선생님들이 참여하면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펀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 하니 나도 참석했다.
나는 왜 매번 일찍 도착해 스탠드 바이 모드가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선생님들 사진 촬영 타임은 놓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한 지 이제 8개월. 우리 반 학부모들 말고는 아는 얼굴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행사장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였다. 고참 선생님들은 대부분의 학부모를 한 번씩은 다 마주친 적이 있는 듯, 서슴없이 인사를 건넨다. 그 모습이 부러웠다.
혼자 어색한 공기를 깨 보려고 한 손에 마가리타를 들었다. 달고, 시원하고, 생각보다 맛있다. 한 모금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이런 게 필요했나?
“Good evening, everyone!”
누군가 마이크를 들었고, 행사가 시작됐다.
선생님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순서. 원장님의 한 말씀. 한 학부모의 진심 어린 연설. 그리고 상금이 걸린 게임들까지. 감동과 재미가 자연스럽게 섞였다.
그리고 대망의 옥션. 각 반에서 아이들이 함께 만든 아트워크를 경매하는 시간이다. 오기 전부터 선생님들이 “이게 제일 재미있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싶었다.
세상에.
첫 번째로 우리 반 작품이 올라왔다. 학부모들이 번호판을 번쩍번쩍 들며 경쟁한다. 금액이 올라갈수록 함성도 커진다. 지지 않으려는 눈빛. 환호. 웃음. 그 에너지.
결국 낙찰.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몇천 달러가 오갔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다음 장면이었다. 경쟁하던 사람들끼리 악수하고, 서로를 칭찬한다. “Good job!”이라며 등을 두드린다.
이게 자본주의인가?
아니, 이게 기부 문화인가?
첫 작품 3,400달러를 시작으로 여섯 번째 작품까지. 금액은 계속 올라갔다. 상상 이상이었다. 나도 그 번호판을 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결제한 비행기 티켓 값이 떠올랐다. 현실은 냉정하다. 나는 박수만 힘껏 쳤다.
옥션이 끝나고 애프터 파티. 거창한 건 아니다. 그냥 스몰 토크의 시간.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게, 이미 이야기 중인 사람들 틈에 들어가 말을 거는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서 있기엔 아쉬웠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입이 따라 움직이고, 마음이 그 뒤를 쫓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 반복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먼저 다가가자, 그들이 더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거의 끝날 무렵에서야 자신감이 붙었다. 그제야 여기저기 인사를 다녔다.
인종차별이 더 심했을지도 모를, 백인 부자 동네. 어느 날 뿅 하고 나타난 동양 아줌마 하나. 그런데 그날 밤, 나는 제법 이 사회에 잘 스며든 사람처럼 보였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해온 시간 덕분인지, 몇몇은 나를 보며 웃어줬다. 먼저 인사해 줬다.
그거면 됐다.
이 직장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월급도 주고, 학비도 지원해 주고, 미국 사회생활까지 연습시켜 준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이민 1년.
버틴 나.
잘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