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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단이 Feb 08. 2021

<우리들> 리뷰

장르 : 드라마
국가 : 한국
러닝타임 : 94분
개봉일 : 2016.06.16
주연 :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어른들이 바라보는 '너희들'이 아닌 우리들이 바라보는 '우리들'의 세상





어른들이 바라보는 아이들이란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그저 뛰어노는 존재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렇게 기억하곤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내 생각에 난 영화 속 선이와 지아만 했을 때도, 꽤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았으며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던 시기 같은 건 기억이란게 생기기 시작한 이후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영화 속 담임 선생님이 말하는 것 처럼 "4학년이 중요한 시기야"라는 것처럼 딱히 중요했던 시기란 건 없지만, 그만큼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나는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았다.



그래서 선이 아빠가 말하는 "애들이 뭐 별 거 있겠어. 그냥 학교 다니고 친구들이랑 놀고 그러는거지"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의 고민이 있고, 그 무게는 어른들이 바라보는 것처럼 가볍지 않다. 내가 선이 정도의 나이였을 즈음 7대 수학 난제를 본 적이 있다. 그 중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이 '알고 보면 쉬운 문제가 답을 알기 전에도 쉬운 문제인가를 증명하시오'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수학 문제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끔 어른들에게 내 고민을 얘기했을 때 뭐 그런 걸로 고민하느냐는 식으로 무시할 때 이 명제를 곱씹곤 했다. 어른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것도 아이들에겐 참 큰 문제일 때가 많다. 아직 경험이 적어서 사는 세계가 좁고 단순해 보여도 그것이 자신의 전부이기에 너무 어렵고 힘든데, 애들 나름의 규칙이 있는 세상에 멋대로 들어와 헤집어 놓고 그냥 어린애 장난으로 치부해 버리면 더 힘들고 슬퍼진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게 그런 거 아닐까. 아이들이 지고 있는 고민이라는 짐의 무게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볍지 않고, 어른들만큼 힘겹게 고민하며 나아가고 있다는 것 말이다.



요즘 어린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빨리 어른스러워지고, 그래서 더 빨리 복잡한 인간관계를 겪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티없이 맑고 순수하기 때문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해결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허5파6 웹툰 작가도 <아이들은 즐겁다>, <여중생A>같은 작품에서 어른들은 몰랐던 아이들의 복잡한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데, <우리들>을 찍은 윤가은 감독도 그런 사람에 속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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