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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단이 Feb 08. 2021

<초속 5센티미터><언어의 정원> - 제목에 담긴 의미

제목에 담긴 의미


 두 영화 모두 단편에 가까운 지라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바가 적잖이 있고, 원어인 일본어에 담긴 바가 많으므로 필자가 아는 일본어 지식을 바탕으로 다방면으로 조사하여 제목과 포스터 문구에 담긴 의미를 풀어보고자 한다. 의역으로 짧게 전달하기 위해 생략된 것들을 곱단이 나름의 주관적이고 세세한 해석을 적어보고자 한다. 일본어와 한자에 관한 내용이 많아 다소 머리가 아플 수 있으나, 읽어보고 나면 아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의도에 놀랄지도 모른다.




<초속 5센티미터>


1화 - 벚꽃초(桜花抄)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주인공인 타카키와 아카리가 사랑을 느끼고 그 마음을 발전시키는 과정이 벚꽃과 결정적 관련을 맺는다.


2화 - 코스모나우트(コスモナウト)

우주비행사

여전히 아카리를 그리워하는 타카키와 그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심정을 표현하는데 우주비행체가 비유에 사용된다.

3화 - 초속 5센티미터(秒速5センチメートル)

초속 5센티미터

어찌 보면 1화와 같은 제목인데, 그래서 그런지 또다시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와 연관되며 수미상관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부제 - 너와 나의 거리(A chain of short stories about their distance)

그들의 거리에 관한 짧은 이야기들의 엮음(일련)

각 인물들의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이야기의 중심이며 3개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포스터 문구 - どれほどの速さで生きれば,きみにまた会えるのか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문구는 직역한 내용가 포스터에 실린 의역의 내용이 거의 다르지않다. 위의 문구가 그대로 3개 단편이 주제다.




<언어의 정원>


일본어 원제 - 言の葉の庭(ことのはのにわ)[코토노하노니와]

원제를 직역하자면 '언어(말)과 잎의 정원'이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앞부분인 '言の葉(코토노하)'라 읽히는 '언어(말)의 잎'이라는 것이 일본의 단가집(短歌集)과도 관련이 있다. 이 단가집의 이름은 '万葉集(まんようしゅう)만요슈'이다. 한자를 그대로 보면 만 가지 잎의 엮음인데, 일본에서 이 단가집에 대한 정의는 '万(よろず)の言の葉(ことのは)を集めた'라고 하여 직역하자면 '만 가지의 언어의 잎은 엮었다'라는 뜻이다. 이 책은 총 20권이며 약 4500개 정도의 다양한 단가, 장가, 불족석가 등 다양한 일본 전통의 노래들이 모여져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즉 타카오와 유카리가 잎이 가득한 공원에서 만나고, 처음 만났을 때 유카리가 읊은 단가의 내용을 통해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 제목인 셈이다. 유카리가 말했던 단가의 내용은 만요슈에 실린 내용이라 하니, 주제와 내용을 아우른 참 멋진 제목이다.



포스터 문구 - "愛(あい)"よりも昔,"孤悲(こい)"のものがたり

 위 포스터 문구는 한국어 공식 포스터에 보면 '사랑, 그 이전의 사랑 이야기'라고 해석되어 있다. 원제에 담긴 의미는 더 깊고 어렵지만, 최대한 자세하게 또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일본어에는 '사랑'을 나타내는 단어가 두 가지 있다.


 1. 愛(あい) [아이]  :  

    사랑을 통칭하는 명사.

 2. 恋(こぃ) [코이]  :  

    눈 앞에 없는 사람·사물을 그리워 하며 생각 하는 것.

    마음이 끌려, 그것을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이성에게 특별한 호감을 가지는 감정.

     (旺文社 『古語辞典』 발췌)

 3. 孤悲(こぃ) [코이] :

     슬픈 마음을 기반으로 하는 감정표현.

     혼자서 슬퍼하는 것.


 이렇게 3가지 의미의 사랑이 있는데, 포스터 문구에 쓰인 것은 1번과 3번이다. 1번과 2번은 지금도 많이 쓰이는 단어이지만, 3번은 위에서 언급한 万葉集만요슈에서 사랑을 표현하는 노래에서 등장한다고 한다. 2번의 '코이'와 일본어 상 발음은 같지만 외로울 고孤에 슬플 비悲라는 글자를 써서 '혼자서 슬퍼하는 마음'으로 표현했고, 万葉集만요슈에서 총 29번이 이렇게 사랑을 표현했다고 한다. 万葉集만요슈가 쓰인 시대의 일본에서는 '通い婚카요이콘'이라고 하여 부부가 결혼하고도 함께 살지 못하고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사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대의 사랑이란 곧 기다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알아보니 포스터에 쓰인 내용이 좀 더 와닿는다. <언어의 정원>을 보면 결국 두 주인공이 떨어져 지내게 되어 이별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3번의 의미로 쓰인 사랑이라고 포스터에서 이미 밝혔으니 두 사람은 서로 떨어져 있다한들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닌 셈이다. 유키노가 공원에서 처음 만난 날 읊었던 단가부터 포스터 문구, 그리고 제목에 담긴 것까지 모두 万葉集만요슈로 통하는 것을 보면 이는 모두 감독이 의도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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