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30대 일본 여성들에게 인생 지침서로 불리기도 했다는 수짱 시리즈를 뒤늦게 읽고 리뷰를 써본다. 총 4권을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었다. 인생 살다보면 학교라거나 직장처럼 매일 만나야하는 인간 관계 속에 '어떻게 해도 싫은 사람'이 한 명 쯤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하며 사나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수짱 나름의 대응책을 보여준다. 나는 수짱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 방식을 모두 했다고 생각하고, 정말 '어떻게 해도' 싫었기에 결국엔 직장을 옮긴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수짱은 자신의 삶에 꽤 만족하는 듯 하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들과 일하기에 36살의 나이에도 '젊으니까 아직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도 늘 생각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기쁨을 알아가지만,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이전의 직장에서 도망쳐왔다는 죄책감이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제일 높은 영양사 선생님과 텃밭에서 "그렇지만 저는 이전의 직장에서 반쯤 도망쳐 나온 거나 다름 없는 걸요"라고 터놓는데, 이때 선생님이 해주신 얘기가 다음이다.
"그런 거 지금은 괜찮아.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살아가면 아무렇지 않아. 그리고 말야.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도 돼. '도망쳤다'는 말에 얽매이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 '도망쳤다'가 아니라 '그만두었다' 그것 뿐이야"
참 좋은 말이다. 왜냐면 수짱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그냥' 싫은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해도' 싫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뭘 어떻게 해도 싫은 사람인데, 내가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바꿀 수 있는 걸 다 시도해봤는데도 싫었다면 그건 도망친 게 아닌 거 아닐까? 그렇게 말해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난 수짱이 부러우면서도, 나도 나 자신에게 좀 더 따뜻해지자는 다짐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