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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단이 Feb 08. 2021

<바그다드 카페 : 디렉터스컷> 리뷰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국가 : 독일(구 서독), 미국
러닝타임 : 108분
개봉일 : 1993.07.17

주연 : 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 CCH 파운더


내 인생에 웃음이 되어주는 사람 하나 만나는 것이 마술이고 기적이다.





요즘 여러 극장들에서 옛날 영화들을 재상영 해주다 보니, 옛날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좋다. 그렇지만 가끔은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포스터의 느낌이나 네이버 리뷰 몇 줄로 받은 느낌만을 의지하고 갈 때도 종종 있다. 이 영화도 그런 영화들 중 하나이다. 배경은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가스의 중간 쯤 되는 바그다드라는 곳의 한 까페이다. 이름은 까페인데 큰 도시들의 중간에 위치에 있어 카페, 주요소, 모텔을 겸하는 미국과 같은 거대한 대륙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카페이다. 지겹도록 더운 남부 캘리포니아의 날씨에 지역 특성 상 사막 기후까지 더해져 있는데, 장사가 잘 되질 않으니 주인공 브렌다는 미칠 노릇이다. 남편, 아들, 딸, 손자 모두 생계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종업원으로 일하는 토착민 출신 카후엔가는 아주 성실하지도 아주 못나지도 않았다. 바그다드 카페 식구들의 생계는 브렌다 혼자만 전전긍긍하는 문제인듯 하고, 다른 구성원들은 그저 멀리서 방관하는 듯 하다. 또다른 주인공인 야스민은 독일인인데 남편과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이별을 한다. (사막 기후 지역의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중간에 차를 포기하는 건 미친짓이라 생각한다) 그리곤 비지땀을 흘리며 걷다가 발견한 것이 바그다드 카페이다. 두 주인공은 인생에서 가장 슬플 때 첫만남을 이루는데, 이 때에야 비로소 사선 앵글이 끝나게 된다. 불안감을 주는 사선 앵글이 끝나는 것은 두 사람의 미래가 앞으로는 낙관적이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우연히 묵기 시작한 곳이지만 야스민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 곳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푼다. 잘 웃지도 않고 할 말 다 하는 애교라곤 없어보이는 독일 여자지만, 싹싹하고 마음이 깊어 두루 돌봐준다. 이곳 저곳을 쓸고 닦고, 아기를 돌봐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음악을 눈감아 들어주고, 그림의 피사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브렌다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차도 없이 걸어온 그녀를 매유 경계한다. 대형 화물차 말곤 온 적 없는 곳에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캐리어를 끌고 온다면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먼저 마음으로 다가온 야스민과 그것을 서서히 받아들여준 브렌다에 의해 바그다드 카페는 점점 변한다. 사람들은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웃는다. 그리고 야스민이 카페 식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익힌 몇 가지 마술들을 손님들에게도 선보이며 점점 입소문을 타게 된다. "바그다드 카페 마술 알아? 라스베가스보다 더 낫대!"라며 화물차 운전수들 사이의 핫플레이스가 된다.



그렇게 그들이 비로소 행복을 되찾았을 때, 야스민의 비자 문제로 인해 행복은 갑작스레 떠나버린다. 브렌다는 자신이 처음에 야스민을 의심해서 경찰관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바그다드 카페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의 사막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버린다. 그렇게 무기력이 극에 달했을 즈음에 야스민은 다시 준비해서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온다. 아무런 말도 묻지 않고 바그다드 카페 식구들은 반갑게 맞이해준다. 식구이고 가족이기 때문에 다시 모이는 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브렌다와 야스민은 한동안 꽃밭에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매직쇼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하고 밝게 다시 펼쳐지고,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영화는 불안정하고 어두침침하게 시작했지만, 밝고 재밌게 끝난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는 것 같다. 중간중간 다양한 유머가 있긴 했지만, 확실한 여운이 남는데 나는 이 여운의 절정을 이룬 것은 OST로 나온 'Calling you'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전반에 걸쳐서 나오는 이 노래가 영화의 분위기 전체를 잡아줬다는 생각도 든다. 갈사는 말 그대로 바그다드 카페를 말해주고, 계속 당신을 부르고 있다는 가사가 떨어져 있어도, 만나지 않았던 그 때라도, 사실은 서로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내 인생을 밝게 물들여주는 사람 하나 만나기도 힘든 세상인데,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오래 머물러준다면 그것이 곧 마술이고 기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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