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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단이 Feb 08. 2021

<라이프 오브 파이> - 비유와 상징들

비유와 상징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그 자체가 모두 비유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많은 비유와 상징들이 들어있고, 또 그것들을 알려주는 힌트들도 종종 있다. 앞선 글들에서 말한 것들 이외에도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바다는 인생, 혹은 우주 자체를 상징한다. 그래서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잘 느껴지지 않도록 마치 해수면이 거울인 것 같은 장면이나, 하늘을 항해하는 것 같은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파이는 이민을 가야한다는 부모님의 갑작스런 선택으로 인해 파이는 바다 위로 오른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삶을 시작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큰 배에 가족들과 다함께 타고 있었다. 식량이 입에 맞지도 사람들이 친절하지도 않았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폭풍우를 맞이하며 부모님과 형제를 갑작스레 잃게 된다. 이런 부분도 우리의 인생과 참 닮아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파이의 표류기0' 혹은 '파이의 생존기'가 아니라 '파이의 삶'이 되는 것이다.



뜻하지 않게 홀로서기를 시작한 파이는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한다. 이 새로운 자아는를 길들이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 와중에 바닷 속에 있던 물고기 한 마리 덕분에 새로운 자아를 길들이는 데에 성공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저런 종교를 드나들며 여러 의미를 지닌 우주들을 헤집던 파이에게, 자신의 이성도 야성도 납득시킬 수 있는 '주관적 이성의 성립'이 드디어 이루어진 셈이다. 이 최초의 주관적 이성 덕분에 파이는 이제야 자신의 신체를 상징하는 배를 조심스레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주관적 성립의 실마리가 된 물고기는 우주를 헤엄치다가 파이에게 우연히 온다. 앞선 글에서 말한 화면 위아래의 프레임의 안팎을 마구 오가며 파이에게 헤엄쳐온다. 이것은 파이가 그동안 자신이 여러 종교들을 접하면서 가지게 된 우주에 대한 사고의 틀 안팎을 오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로이 헤엄치던 그것이 마침내 파이에게 오면서 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한들 시도 때도 없이 삶에 휘몰아치는 폭풍우 같은 시련들을 홀로 이겨내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결국 삶이 절망의 끝에 다다랐을 때, 파이는 종교를 가지게 되는데 그것이 곧 식충섬이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파이의 모습이 힌트다. 처음 종교를 가졌을 때는 세상 평안하기 그지 없었지만, 점차 그 빛과 어둠을 알게 되면서 파이는 종교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빈 손으로 떠나지는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마음의 양식들을 약간 챙긴다. 이 부분은 파이가 어른이 되어 종교학에 몸담게 된 것도 이유가 있다. 종교학이란 모든 종교를 탐구하면서 인문, 역사, 경제, 철학적인 부분에 대해 깊게 사고한다. 어른이 된 파이도 여전히 이런저런 교리들을 모두 믿으며 자기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부분만 얻어가는 것과 맞닿아 있다.



시간이 지나 오랜 표류(방황)을 끝내고 마침내 파이는 완전한 안정을 되찾는다. 완전한 안정 이전에는 가장 어두웠던 시기가 있었지만, 다스릴 수 없었던 야성적인 자신의 모습은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이 과거의 자아에 대해 파이는 양면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절규를 내뱉는다.




글을 마무리 하며... 


 간단히 글로 정리하기만 해도 이 정도로 이야기할 것이 많은 영화가 또 있기는 어렵다. 게다가 아름다운 영상미가지 갖추었으니 이안 감독의 영화는 역시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유명한 예술가들은 같은 주제를 다른 소재를 입혀 가며 작품을 계속 선보이거나, 다른 주제를 같은 소재를 입혀가며 작품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안 감독은 다르다. <와호장룡>에서는 전통 중국의 색채로 인간의 비극을, <헐크>에서는 히어로물을 통해 자아 인식의 변화를, <브로크백 마운틴>에서는 미국을 배경으로 성별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색,계>에서는 이념을 뛰어넘은 사랑을 보여주고도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표류를 통해 우리 삶의 흐름들 보여주었다. 이렇게 뛰어난 영화감독이 또 언제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히 천재적인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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