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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곱단이 May 26. 2021

하나 있었다.

점이 하나 있었다.

그 점은 가까이서 보면 파랗고 희끄무레했다. 어떤 것들은 출렁이는 액체에서 살았고, 또 어떤 것들은 딱딱한 고체 위에서 살았다. 그것들은 때론 서로 사이가 좋았지만, 대체로 싸우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무리 지어 다니며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것들의 생은 아주 짧았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늘 생(生)에 충실했다. 싸울 때는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싸웠고, 함께일 때는 다시는 혼자가 되지 않을 것처럼 굴었다.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내내 그것을 반복했다.


우주가 하나 있었다.

그 우주는 멀리서 보면 까맣고 희미했다. 어떤 것들은 출렁이는 액체로 이루어졌고, 또 어떤 것들은 딱딱한 고체로 이루어졌다. 그것들은 때론 서로 비껴 지나갔지만, 대체로 부딪히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무리 지어 다니며 중력을 찾아 헤매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것들의 생은 아주 길었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늘 생(生)에 충실했다. 부딪힐 때는 서로를 부숴버릴 듯이 부딪혔고, 함께일 때는 다시는 혼자 유영하지 않을 것처럼 굴었다.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내내 그것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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