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

홍제月동

by spacehost

작성자_선


어렸을 때, 누군가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들었던 예시가 있었다. 사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될 지,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될지, 혹은 사상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될 지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 분은 대충 순서대로 일종의 수준을 매겨가며 논했었는데, 요지는 물건에 대한 욕망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조금 더 좋은 것에 대해서 생각하며 살자는 것이었다. 조금 맥락은 다를지 모르지만,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여전히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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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홍제동 답사가 다른 답사들 보다 조금 더 재미있었던 점이 있었다. 홍제 유연의 한쪽에 전시 중이었던 유진상가에 살았던(혹은 상가에서 장사를 하시던) 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상이었다.


답사가 바빴기 때문에 전체를 다 감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우리의 눈길을 빼앗은 주인공은 화려했던 유진상가의 전성기를 카메라 앞에서 추억했다. 내가 그때 여기서 막내였었지. 이제 언니들 다 떠나고 없어. IMF도 겪고 이런저런 일 겪으면서 다 접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어찌저찌 이렇게 나만 남게 되었네. 대충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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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때야 당연히 몰락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돌아다녔던 스러져가는 거리들을 살리려고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애를 쓰고는 있지만 마음처럼 잘 되기만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무 것도 없었던 허허벌판에 말도 안되는 부자 동네가 반짝 등장하기도 한다. 언덕 하나를 가운데 세워놓고 빈과 부가 나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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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등학교 때 지구과학 선생님은 '산맥을 사이에 두고 점 하나 잘못 찍으면 (빗물이) 저쪽으로 흘러간 놈과 이쪽으로 흘러간 놈은 전혀 다른 바다에 빠지게 된다. 너희도 마찬가지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는 말씀을 해주셨었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 일도 열심히해야 한다는 식상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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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신만 차린다고 어떻게든 되는 세상은 아니다. 답사를 다니다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서 조금 서글퍼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상을 보면서, 유진아파트 위에 열심히 가꾸어지고 있는 텃밭들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그래도 어쨌든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는 없지 않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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