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 그램의 기적

두려움의 외투를 스스로 벗게 해 준 뽀야

by 스페이스


여섯 살 여름이었다.

친구의 비명 소리가 먼저였다. 그다음은 피. 친구는 오랫동안 병원을 나오지 못했고, 나는 이사를 했다. 그렇게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에게 개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멀리서 작은 실루엣만 보여도 길을 돌아갔다.

애견샵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강아지들이 사랑스럽다는 건 알았다.

그래도 그건 유리 너머의 이야기였다.

내 세계의 강아지는 달랐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단호했다. '절대 안 돼'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생후 두 달. 몸무게 600그램.

나는 울타리를 쳤다. 내 동선에는 절대 강아지가 오지 않도록 했다.

멀리서 바라보면서도 콧물이 났다. 알레르기인지, 두려움인지, 그것도 잘 몰랐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지나치면서 흘끗 보게 됐다.

한 번, 두 번.

어느 날은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콕 찔러보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강아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꼬물거리며 꼬리를 막 흔들어댔다.

며칠 뒤에는 손바닥으로 등을 만져보았다. 아주 살짝.

따뜻했다.

한 달이 지나자 조심스럽게 안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 나는 매일 안고, 쓰다듬고, 마사지를 해주고, 뽀뽀도 한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이제는 길에서 강아지를 만나면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손을 내민다. 쓰다듬고, 예뻐한다.

그 오랜 두려움이 — 여섯 살 여름부터 몸에 새겨진 그 감각이 — 언제 사라진 건지조차 모르겠다.


동화책 속 이야기 중 해님과 바람이 내기를 한다.

강한 바람은 나그네의 외투를 더 여미게 만들 뿐이지만, 따뜻한 햇볕은 나그네 스스로 외투를 벗게 만든다.


강아지가 그랬다.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저 처음엔 600그램의 몸으로, 지금은 5kg의 몸으로 매일 조금씩 따뜻하게 있어주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나도 모르게, 외투를 벗어버렸다.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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