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숨만 쉬기로 했다
문법적으로 보면 삶은 명사다.
적을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고,
누군가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내 삶은 이렇다."
"이게 내가 살아온 삶이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삶은 하나의 대상이 된다.
평가할 수 있고, 비교할 수 있고,
잘했는지 못했는지
따져볼 수 있는 무엇이 된다.
하지만 살아보니,
삶은 손에 쥐는 결과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움직임에 가깝다.
어제의 삶이 오늘을 대신 살아주지 않고,
내일의 삶이 오늘을 미리 완성해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삶은 명사인 척하는 동사라고.
명사로 삶을 바라볼 때 질문은 늘 비슷해진다.
"나는 잘 살고 있을까?"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일까?"
그 질문들은 나를 앞으로 데려가기보다
평가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하지만 삶을 동사로 느끼는 순간 질문은 달라진다.
"오늘 나는 살고 있을까?"
"지금 나는 어떤 기분인가?"
어떤 결과 대신 숨 쉬는 행위가 중요해지고,
고정된 의미 대신 살아가는 리듬이 남는다.
살아가는 것은 굽이치는 강물이고,
삶은 그 물길이 남긴 흔적이다.
삶은 완료형이 아니다.
쉼표는 있어도 마침표는 없다.
살아가는 동안
삶은 결코 정의될 수 없다.
정의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은 돌아볼 때만 명사가 되고,
살아낼 때는 언제나 동사다.
오늘 나는 삶을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대신 살아있으려 한다.
그것으로 지금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