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지극히 아쉬운 점
'한강 노벨상 수상!'
'아들과 차 마시며 조용히 축하'
일생 일대의 기쁜 소식에 차를 마셨다고? 그것도 차분하게?
척박한 한국 문학에서 노벨상 수상이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인데.
노벨상을 탄 당사자가 수상 소식을 듣고 차를 마셨다?
나같았으면 당장 맥주 따고 와인 까고 실실 거리면서 자축했을텐데
술이 아닌 차를 마셨다니 축하자리가 참 재미없다고 생각됐다.
나는 기뻐서 한 잔, 울적해서 한 잔, 따분해서 한 잔
늘 술 먹을 이유를 찾아가며 술을 마신다.
누가보면 술을 좋아하고 자주 마시니까 주량이 엄청난줄 알지만
알콜 분해능력이 없음에도 꾸역꾸역 마시는 나는
기껏해야 맥주 두 캔 정도 주량이지만 음주를 아주 사랑한다.
귀촌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근처에 마트도 편의점도 없어
술 먹는 일이 잠시 줄어들었을 때쯤
나는 막걸리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20L 항아리를 가득 채울만큼 막걸리를 만들어두면
한 달 내내 야금야금 퍼 먹으며 기꺼이 바닥을 보고야 말았다.
귀촌하고 2년 뒤 읍내로 이사하고 마당이 없어진 지금
막걸리를 만들어 마시는 일은 줄었지만
마트와 편의점이 가까이 있어 술이 부족하면 늘 사다 마신다.
몸에서 받지도 않는 술을 나는 왜이렇게 좋아하게 됐을까.
나와는 반대로 술을 거하게 마셔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남편과
긴긴 시간 장단을 맞추기 위해 마시다가 이렇게 됐나.
아니면 술과 함께 곁들여 먹는 음식이 좋은건데
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가.
어쨌든 나의 술사랑은 작은 양조장까지 차릴 생각으로 번졌고
양조장이 당장에 어려우면 보틀샵이라도 차릴 생각이였다.
아무래도 시골이라 다양한 술을 접하기 어려운데
내가 소매상이 되서 나도 마시고 손님도 맛보고
굉장히 획기적인 생각이라며 또 술을 입에 대고 있었다.
모름지기 기쁨의 자리에선 술이거늘
주변에 한강 작가같은 사람만 있다면 앞으로 차리게 될 양조장도 보틀샵도
아무도 찾아주지 않겠지?
그래도 한번은 나도 한강 작가처럼 기쁨의 자리에 술 대신 따듯한 차를 마셔볼까.
온전한 정신으로 최대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될지도.
- 그동안 마셔온 술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