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요리사 ch 1. 독서
대학에서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요리 대회를 준비하는 선배들이 이 책을 필독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내가 이 책을 읽을 일이 생길까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보니 나에게도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되었다. 나보다 먼저 요리를 시작한 선배들은 이 책을 꼭 원서로 보라고 권했다. 오역도 오역이지만 번역한 책에서 오는 한계가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 역시 원서를 추천한다.
이 책은 미국 CIA의 교과서로 유명한데 여기서 CIA는 영화에 나오는 첩보원이 소속된 그곳(!)이 아니라 미국 요리학교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약자다. 예전엔 정말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요즘 셰프가 유명해지고 요리가 대중화되면서 아는 사람도 꽤 많아졌다. (참고로 영화 속 '그곳'은 Central Intelligence Agency의 약자다)
완성도와 다양성에 있어 가장 완성도 있고, 동서양의 재료별 각종 요리들을 가정에서도 완벽히 구현하게 한다고 소개하지만 사실 모르는 사람이 이 책만 보고 뚝딱 요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요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백과사전처럼 참고하기 좋고, 모르는 분야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공부하다보면 언어 역시 큰 장벽은 아니다. 오히려 낯선 단어를 통해 당연하게 생각했던 단어를 돌아보게 되고 개념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tandard breading 장을 보다가 coarser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게 되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해석되어 있었다.
coarser
하나의 위상(位相) 공간의 위상에 있어서 그 개집합(開集合)이 그 공간의 다른 특정한 위상을 가진 개집합에 포함되어 있는.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coarse (coarser)
1. 거친
2. (알갱이·올 등이) 굵은
3. 음탕한
두 번째 해석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굵은'이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해하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순간이다. 아울러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공부하는데서 오는 뿌듯함도 생겨 재밌다.
이 책의 장점은 재료의 세부적인 설명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감자 같은 경우 9가지의 종류를 사진으로 나열한 후 고유의 성질, 주로 사용되는 방법을 설명해 두고 있다. Red potatoes, Red creamers, Yukon gold, Pupple potatoes, Fingerlings, Yellow a potatoes, Yellow b potatoes, Yellow creamers, Russet potato 등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종류의 감자들도 많지만,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사진이 보기 좋게 편집되어 있어 영어이지만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식재료를 이해하지 못하고 요리를 하다 보면 맛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이 책을 참고하고 다시 해보면 실패한 요인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는 부적과 같은 책이다.
단점이라고 하면 영어로 되어 있어 이해를 하려면 한국어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점을 뛰어넘어야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어장을 따로 정리하면 단어의 뜻을 두 번 찾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 책은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봐야 한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지만 익숙해져서 나의 것, 나의 지식이 되기까지는 반복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평소 궁금했던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면 가끔 희열을 느끼곤 한다. 앞으로도 버거 스테이의 새로운 메뉴를 구성하거나 기존 메뉴의 구성도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자주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