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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wave Mar 05. 2020

어느새 꼰대가 되어있었다.

출근길 JOB 생각 .47

야근하는 무렵,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도 늦게 왔다고 불같이 화내던 아내였기에 당연하게 오늘도 늦냐고,   왜 안 오냐며 퇴근을 독촉하는 전화이겠거니 하고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아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놀란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본인도 퇴근을 못한 그녀는 서럽게 울먹이며 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들어보니 여후배가 업무를 마무리하지 않고 급하게 퇴근했길래 대신 마무리해주려고 그녀의 자리에 앉았는데 사내 메신저가 켜져 있더란다. 그래서 읽어 보게 됐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여후배 3명이서 본인에 대한 욕을 써놨다고 했다.


자기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달래 가며 일을 가르치고 노력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욕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고 분해 어쩔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그 밤에 퇴근도 못하고 홀로 사무실에 남아 그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동기들이 모여 선배 욕을 하며 한참을 흉보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내가 욕하던 그 선배가 되어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내가 욕하던 선배와 지금의 나는 성격도 일하는 방식도 후배를 대하는 태도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인스타를 즐겨 쓰는 90년 생들에게는 싸이월드를 쓰던 80년대 생이 또 다른 꼰대일 뿐이다.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다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이해하려고 해도 끝내 하지 못하는 삶이 있다는 사실을 요즘에야 인정하게 된다.


결국은 말이다. 이해를 넘어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핵심 요소는 혀끝에 있다. 아무리 꼰대 같고 아무리 어린애 같아도 서로가 주고받는 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나는 한 단어로 지칭한다. "예의".


서럽게 우는 아내를 위로하며 혹시나 나도 선배에게 그리고 후배에게 그런 실수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본다.  

차가운 바람처럼 쓸쓸한 겨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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