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JOB생각 .18
직장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한데 모아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특히나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말해 성과를 잘 내기 위해서는 뛰어난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동료들의 협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 내에서의 관계는 수직이 아닌 수평에 가깝다.
리더는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책임지고 결정 할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팀원들은 리더의 선택이 최대한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 공생 관계 속에 있다. 이런 관계는 서로 역할만 다를 뿐 누가 누구보다 낫고 누가 누구보다 낮다고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의 직장문화에서는 상하복종의 관계가 당연하게 존재한다. 특히나 상사의 명령에 토를 달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예의가 없는 직원, 회사에 불만이 많은 직원으로 낙인찍힌다. 그러니 왠만하면 상사의 말에는 이해를 했던, 못했던 "네"라는 순종적인 대답이 최선인 듯 하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오로지 아래사람의 몫으로 떠넘겨진다.)
이런 대한민국의 직장내 권위적인 갑질문화는 말에서 부터 시작된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거나, 본인 보다 밑이라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쏟아지는 반말이 문제다.
"야 보고서 어떻게 됐어?"라고 외치는 상사와
"OO님 요청한 보고서 작성완료 되었나요?"라고 묻는 두 상사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누구 밑에서 일하고 싶은가?
안타깝게도(?) 필자는 후자의 존댓말 대화가 익숙한 기업에서 10년을 일했다. 아무리 어린 신입사원에게도 존대로 말하는 기업문화였다. 그리고 현재 이직한 한국기업의 문화에서는 군대 전역 후 오랜만에 느끼는 강압적인 지시와 폭언 등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아무리 동생 같아서, 혹은 아끼는 후배라서, 아니면 워낙 친해서 라는 핑계들로 이루어지는 직장내 반말 사용은 듣는 이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고 오직 말하는 이의 권위만을 위한 언어형태다.
반말이 나쁜게 아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형제자매끼리는 얼마든지 해도 된다. 그러나 직장 관계에서의 반말은 갑질의 씨앗이요, 화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지는 언어폭행의 시발점이다.
시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