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를 흔드는 말투

[부부 싸움 일기] 상대 존중하지 않는 말투 일단 멈춤!

by 써니B

밤 9 시 퇴근. 두 딸과 남편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집에 오니 남편이 정리되지 않은 저녁밥상에다 자몽 소주 한잔 기울이고 있다. “왔어?” 반가움의 표시다. “응, 오늘 별일 없었어?” 바쁘게 흘러간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 오랜 시간 함께 먹고 마시고 싸우고 화해했던 부부의 식탁. 늦은 밤 부부들의 일상 갈등을 다룬 TV 토크쇼에 채널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눈다.


TV 속 부부는 결혼생활 11년 차. 아이가 없는 부인은 남편의 퇴근만을 기다리며 집안 청소와 살림에 몰두한다. 부인은 외로움을 달래며 남편에게 확인받지 못한 사랑을 애완견에게 퍼주고 있다. 잦은 회식으로 새벽 퇴근이 많아진 남편에게 씻어라 정리해라며 잔소리를 한다. 남편은 부인의 잔소리가 익숙한 듯 별 대응을 않고, 자신에게 충실한 부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외로워서 눈물 흘리는 부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도 잊은 지 오래되었다.


상황과 경우는 조금씩 달라도, 부부라는 인류 공통의 ‘친밀한 적대 관계’에 박장대소를 하며 웃다가도, 서로 다른 아픔과 상처에 찡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한다. 5 년 전 이혼 직전에서 극적으로 화해했던 우리 경험도 생각나고, 지금도 몇 번씩 좋았다가 싫었다가 싸우고 화해하기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다 둘이서 공통된 한 주제 ‘말투’에 머물러 있음을 알았다.


“모든 싸움은 사소한 ‘말투’에서 시작돼서 점점 진흙탕으로 변해”

“특히나 남자들은 여자들 말투에 민감해. 싸우자고 대드는 사람한테 다가가긴 힘들어”

“난 풀고 싶어서 말을 한 건데 당신은 점점 더 멀리 가고 상황은 더 꼬이더라고”

“그땐 일단 도망가고 피하고 보자는 마음이 컸어”


5 년 전 남편이 이혼하자고 했었을 때, 진짜 상처되는 말, 해서는 안 될 말만 골라서 했다. 거의 매일 폭격을 날리는 수준이었다. 나는 남편이 내 외로운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원했다. 그런데 정작 말투나 마음가짐은 전혀 반대 방향으로 흘러나왔다. 내 감정이 앞서 나가니 남편이 원하는 방식을 알지도 못했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잔소리 말투, 설득을 빙자한 설명조 말투,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며 핏대를 올리는 말투가 싸움의 화근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도 남편이 큰 소리 나는 것을 힘들어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우리 남편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오히려 침묵과 기다림이 익숙하다. 어느 누구와도 잔소리를 해도 되는 관계는 없다. 아이들에게나 남편에게도 모두 해당된다. 걱정된다 싶어서 잔소리를 해대면 안 된다. 화난 것처럼 보이고, 점점 더 거리는 멀어진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멈춰야 한다. 지금 말하고 싶은 욕구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 상대가 링 위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오랜 부부 싸움 끝에 터득한 나만의 비법이다.


“그때는 어떻게 그 지옥 같은 생활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부부싸움은 결국 말투에서 시작되고, 계속 말로 꼬투리 잡다가 끝나는 거 같아”

“지금은 우리 좀 어떤 거 같아?”

“아랫집 아줌마가 우리 집 너무 조용하다고 어디 이사 간 거 아닌가 의심했었대. 하하하

이 정도면 개과천선 아니야?”


여자는 남자를 모르고 남자는 여자를 모른다. 그래서 결혼은 이성에 대해 끊임없이 알고 배워가는 과정이고 긴 대화의 여정이다. 남편은 우리 집 세 여자를 통해 ‘여자’를 좀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을 만난 것에 감사해도 된다. 오늘만큼은 나도 남편 만나 남자를 알아가는 과정을 잘 살아내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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