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오! 달려라 인생아!
[부부 영화 데이트]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나서
남편이 물었다. 매일매일 스트레스받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냐고. 요즘 마음이 무겁고 통 일하는 재미가 없단다. 야근으로 절어 있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당신은 이렇게 일이 늦게 끝나도 마음이 참 편해 보이네.”
요즘 나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없어질 정도로 넘치는 일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하다. 생각해보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가끔은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핑계 삼아 관계 뒤로 숨어있기도 하고, 올빼미형 직장에 일하게 되면서 사람들과의 형식적인 만남이 줄어든 탓도 있다.
남편은 작년 말 보직 변경과 승진을 동시에 해서 적잖이 부담이 밀려오는 거 같다. 일에서 성과를 내야 인정을 받기에 부담되고 긴장한 상태다. 퇴근하면 티브이를 멍하게 보고 있거나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옆에서 보면 안쓰럽다. 그럴 땐 자는 남편 얼굴을 쓱 한번 쓸어내려준다. 그런 그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나도 오랜만에 우울한 남편 기운 좀 차리라고 핑계 삼아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 아직 극장에서 상영 중인 곳을 찾아 주말 저녁 부천으로 향했다. 적당한 크기의 관람석은 퀸을 아는 세대로 보이는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그는 벌써 두 번째 관람이다. 영화 보고 와서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퀸의 노래를 듣고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모조리 검색하느라 사전 지식이 풍부해졌다. 영화 보고 나서 종알종알 나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해댄다.
“당신, 어떤 장면이 좋았어?” 그가 선제공격을 해왔다.
난 주저 없이 그 장면을 떠올렸다. "에이즈 걸린 사실을 퀸 멤버들에게 말하는 장면"
그냥 자기 존재를 믿고 변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불안하지만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머릿속에 계속 재생되고 있다.
"당신은 어떤 장면이 좋았는데?”
“응 , 아버지가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하라고 잔소리하는데, 머큐리가 난 그렇게 살고 있다면서 포옹을 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 또 눈물이 나더라고. 아버지하고 내 모습 같아서 말이야.”
나는 요즘 존재에 대한 확신에 꽂혀 있다, 남편은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듯하다. 그렇게 가슴에 박히는 장면은 서로 다르지만 곱창에 소주 한잔 기울이는 영화관 데이트는 편안하게 밤을 적시며 이어졌다.
남편 덕에 나는 프레디 머큐리의 묘비를 열성팬들이 찾아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평생 친구관계를 유지했던 머큐리와 메리, 짐 헌트와의 관계도, 죽음을 앞두고도 당당했던 머큐리와 퀸 멤버들 간의 우정도, 창작의 고통 속에서도 대중과 소통에도 여유로웠던 퀸의 모습도 모두 모두 소장하고 싶은 장면들이다.
집에 오는 길, 입으로는 ‘러브 오프 마이 라이프 캔 테이크 미', '마마 우우 우 ’, ‘갈릴레오 갈릴레오 ’, ‘라디오 가가 , 라디오 구구 ’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쿵쿠짝~쿵쿠짝~' 퀸 박수도 쳐본다. 머큐리가 마이크대를 잡고 관객들을 향해 익살스럽게 외쳤던 바로 그 ‘에 ~오!’도 흉내 내 본다.
이럴 땐 공감할 수 있는 부부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어 참 좋다. 피곤에 절어 있는 육체적 피로도, 성과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다. 내 삶을 향해, 부부라는 이름의 세상을 향해 외쳐본다.
에~오^^ 인생 뭐 있어? 달려라 인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