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B Nov 17. 2019

주말에 읽는 시 그리고 소설

추천 시&소설 플레이리스트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이성복 시집, 열림원 2003
사랑은 자기 반영과 자기 복제. 입은 삐뚤어져도 바로 말하자. 내가 너를 통해 사랑하는 건 내가 이미 알았고, 사랑했던 것들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해서, 시든 꽃과 딱딱한 방과 더럽혀진 눈을 사랑할 수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 해서, 썩어 가는 생선 비린내와 섬뜩한 청거북의 모가지를 사랑할 수는 없다. 사랑은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할 뿐,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아장거리는 애기 청거북의 모가지가 제 어미에게 얼마나 예쁜지를 너는 알지 못한다.


오늘은 월말로 향하는 불금이다. 마음도 들떠 있고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서, 장석주의 느린 책 읽기 <만보객 책 속을 거닐다>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책도 지난여름 부산여행에서 보수동 헌책방 젊은 사장님이 추천해준 책이었는데, 이제야 집어 들어 읽게 되나니, 책 사이로 빠져나간 시간들이 참 많았다.


요즘 책을 읽든 안 읽든 여기저기 펼쳐놓고 읽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정말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면 필연이 되는 것인지, 방황 속에서도 길을 찾아가는 묘한 인연의 끈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 설렘과 기대가 교차되고 있다. 우연에 기댄 필연과 필연으로 가는 문제 해결, 요즘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가 통하는 묘한 떨림을 경험하고 있다. 어제 딸과 나눈 문학과 음악이야기를 쓰면서 ‘한강’과 ‘방탄소년단’을 연결지은 건 순전히 우연이 이끄는 느낌에 내 마음을 얹어서 얻은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 둘은 하나도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나름 잘 어울린다.

 

앞으로도 우리 집 주변 곳곳에 책을 늘어놓으려고 한다. 뭐든 펼쳐져 있고 자리하고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읽게 되겠지. 일명 우연에 기댄 독서법. 식탁, 안방 원탁 테이블, 거실 책장 주변 바닥, 딸아이 책상, 화장실 변기 뒤편, 이부자리 위쪽 등 내가 가는 동선 곳곳에다 책을 놓아두려고 한다. 그러면 언젠간 누구나 집어 들고 읽게 되겠지. 우연에 기대 보는 거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시집과 한강 소설들을 빌려올 생각이다. 도서관에서 시집을 빌린 기억이 없는 거 같다. 주말 내내 시집과 함께 늘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휴일에 읽는 시집&소설집 플레이리스트


『모국어의 속살』 고종석, 마음산책 2006

『달의 코르크 마개가 열릴 때까지』 진수미 시집, 문학동네, 2005

『별빛들을 쓰다』 오태환 시집, 황금알, 2005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시집, 백시나 엮음, 다산초당, 2005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이성복 시집, 열림원, 2003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한강 소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