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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 WOO Feb 14. 2022

영화관에 여행 갑니다

OTT의 범람 속, 영화관이 나아가야 할 길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포근한 호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품은 작품들이 가득한 미술관. 그리고 그 공간들을 한껏 끌어안고 있는 경이로운 경관.

아마 여행을 떠올리면 흔히들 떠올리는 장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관'은 어떠한가.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자문해보고 싶다. 혹시 여행지에서 영화관을 찾아간 적이 있는가? 혹은 특정 영화관을 가기 위해 해당 지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가?

나 역시도 여행 중 영화를 본 적이라고는, 시간이 여유로울 때 혹은 호텔에서 보는 넷플릭스뿐이었던 것 같다. 미술관이나 각종 식당, 호텔 등은 웨이팅을 하면서까지 찾아가는 데 말이다.


혹자는 영화는 집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넷플릭스, 왓챠, Apple TV 등 한국은 그야말로 OTT의 대격전지가 되었고. 스마트 기계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인들은 부디 영화관에서 자신들의 영화를 시청해달라고 호소한다. 보다 큰 화면에서, 보다 선명한 음질로 영화를 제대로 즐겨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달에 1만 원 안팎의 돈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지금 이 시기에, 과연 많은 이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영화관을 굳이 찾아가려고 할까. 특히나 다수와의 접촉을 피하는 코로나 시대에 말이다.

지금의 영화관을 떠올려보자. 어두운 극장에 단 하나의 대형 스크린, 그리고 그 앞에 높여진 수많은 좌석들이 늘어진 모습은 자세히 보지 않고는 이곳이 CGV인지 롯데시네마인지 알 수 없는 광경을 띄고 있다. '멀티플렉스'라는 폭력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극장 시스템으로 인해 벌어진 현상인 것이다. 때문에 일부 특별관을 제외하곤, 대다수의 영화관들은 그저 영화를 상영하는 목적 하나만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순하고도 어쩌면 극 효율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결국 이러한 효율성으로 인해 영화관은 멸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나는 그 해답을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적 체험 Cinematic Experience'에서 찾아보고 싶다.

놀란 감독은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감상을 하는 것을 뛰어넘어, 마치 영화 속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하기를 바란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IMAX 촬영기법에서부터 입체적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을 통해 관객의 공감각을 자극하고자 한다. <인터스텔라>에서는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덩케르크>에서는 마치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영화관도 그러해야 한다. 상영관만의 공간이 아닌,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여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특별한 공간이, 해당 작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기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가지 정도로 그 조건을 정리해볼 수 있지 않을까.

1. 영화가 주는 체험을 기술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

2. 영화가 주는 여운, 분위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


소위 용아맥이라 불리는 IMAX관, 돌비 시네마관 등이 1번 장소에 포함될 수 있다. 그렇다면 2. 여운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란 무엇일까. 일례로 2012년 프랑스에서 시도한 한 시사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현지 개봉을 앞두고 있던 프랑스 배급사는 화제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독특한 시사회를 개최하고자 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바닷속을 표류하는 한 보트 위에서 일어나는 것에서 착안. 수영장 하나를 대여한 뒤, 그 위에 보트 좌석을 배치하여 관객이 마치 같이 표류하며 함께하는 듯한 특별한 영화적 체험의 장을 마련하였다.

<라이프 오브 파이> 프랑스 시사회 현장

영화 속 보트와 유사한 보트를 제작한 것은 물론, 상영 중간중간 인조 파도를 일으켜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였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영화가 이러한 특별 상영관에서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높아져 가는 관객들의 니즈와 OTT의 공격적인 확장을 고려하였을 때, 특별 상영관은 고려 가능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국내외 특별한 영화관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공간을 체험하여 이에 대한 나의 사유를 이 브런치에 기록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에서의 문화공간이 가져야 할 의미와 가치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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