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의 글쓰기’를 읽고 쓰는 글
일단 쓰세요. 하루 10분만 쓰세요. 세 줄일기부터 써보세요.
마음속에 배경화면처럼 깔려있는 글 쓰기 대한 목마름을 어찌할 줄 몰라 글쓰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간단하면서 구체적인 조언들은 많았지만 그중에 숨쉬기처럼 자연스럽게 내 몸에 맞는 것은 없었다. 글쓰기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패다. 나에게 글쓰기는 운동과 비슷하다.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현재 상황에 굉장히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알면서도 움직여지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모른 척하고 싶은 것 같다.
세 줄 일기로, 짧은 메모로 시작하면 된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숨겨진 비밀도 있다. 아주 작은 습관으로 시작하라고 하지 않나. 매일 밤 자기 전에 팔 굽혀 펴기 1개로 시작하면 별다른 저항 없이 하게 되고 그것은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팔 굽혀 펴기 1개는 몇 달간 해보았지만 1개 이상 해본 적은 없다. 분명히 이론상으로는 지금쯤 팔 굽혀 펴기 30개를 거뜬히 하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세 줄 일기 역시 곧 다섯 줄, 열 줄이 된다고 한다. 짧은 메모는 한 장짜리 글이 된다고 한다. 이론상 완벽했다. 내게 적용이 안될 뿐이다.
세줄 일기를 쓰며 글쓰기에 대한 갈망을 어찌하지 못하던 중 브런치 수업 모집을 보았다. 수업의 목표인 브런치 작가 되는 것에 두려움이 컸다. 작년에 호기롭게 신청했다가 똑 떨어진 경험 때문이다. 결국 1기 모집은 등록하지 못하고 2기에 하게 됐다. 수업의 과제 중 하나라 브런치 작가 신청도 두 눈 꼭 감고 했다. 메일함 새로고침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작가가 됐다는 메일이 왔다!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서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어영부영 시작해서 썼다. 일단 시작되었으니 임전무퇴의 자세로 임하기로 했다. 소처럼 브런치글 100편을 쓰라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뒤도 안 돌아보고 앞만 보며 전진 중이었다.
목표도 없이 앞만 보면 걷다 보니 불현듯 불안해졌다. 이 길이 맞을까? 이렇게 해도 될까? 그때쯤 『강원국의 글쓰기』라는 책을 독서모임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큰 위안을 받았다. 이렇게 계속 나아가도 된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책이었다. 강원국 작가님은 '알아서 쓰는 게 아니다. 모르니까 쓰는 것이다.'라고 하시며 그러니까 그냥 계속 쓰라고 한다. 글쓰기는 실패와 재시도를 거듭하는 과정이므로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하라고 한다. 대신에 '글쓰기 능력은 글 고치기 능력'이라며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고 잘 고쳐 쓴 글만 있다고 글쓰기는 고치기 승부라고 말한다. 글쓰기 초보자가 가장 겁나는 것은 내가 쓰는 글이 너무 못날까 봐 아닐까. 더 잘 쓸 때 시작하고 싶어서 독서를 하고,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여전히 겁이 난다. 그리고 다시 독서를 하고 수업을 듣는다. 이런 과정을 무한 반복하다 보면 글쓰기는 점점 어려워져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무작정 일단 쓰라고 하는 작가님의 말이 맞다.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른다. 잘 쓰든 못쓰든 일단 쓰라고 하니 고민할게 무언가. 그동안에도 일단 쓰라는 말은 많이 보았지만 왜 일단 써야 하는지 납득을 못했던 것 같다. 실력에 대한 의심 때문에 첫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제는 그냥 뚜벅뚜벅 가기로 했다. 이 책 덕분이다. 적절한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 참 고맙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내 글에 대한 질은 문득문득 의심스러울 것이다. 그때마다 이 책을 떠올리면 의심을 거두고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모르는 새에 한 칸 나아가 있을 거라 믿는다.
책에는 외적 동기를 자극해서 글 쓰는 방법이 나온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보여주는 것을 즐기라고 권한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글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부담이지만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남에게 보여주는 글쓰기는 조회수라는 지표가 따라온다는 것이다. 조회수가 왠지 내 글을 평가하는 절대적 지표같이 느껴져 조회수에 따라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책을 통한 신선한 시선의 전환 덕분이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하고 한동안 공감이 '빵'이었다. 조회수도 미미했다. 메아리 없는 글쓰기였다. 나는 스스로 이렇게 무장했다. '지금은 미약하나 나중에는 늘어날 것이다.' 반응이 없더라도 나는 지금 노출 본능과 표현 욕구, 자기만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소득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내가 읽는다. 미래의 내가 독자다. 누가 읽지 않아도 축적된 자료는 내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훌륭한 자료로 쓰일 것이다
베스트셀러 책을 몇 권이나 출간한 작가도 이럴진대! 미래의 내가 읽는다니, 크나큰 위안이다. 미래의 내 아이에게 남기는 기록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힘이 난다. 얼마나 멋진 작업을 하고 있는 건가. 아무런 소득 없는 일이 아니다. 글을 쓰기 전과 쓴 후의 내가 있을 정도로 내 삶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인생의 장이 펼쳐졌다. 마치 즉석복권을 긁은 것과 같다. 엄청난 상금에 당첨된 것 같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긁은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긁어버린 복권처럼 쓰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계속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 책 하나로 어렵지 않게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강의로 글쓰기를 가르칠 수는 없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다. 다만 글 쓸 용기와 자신감, 쓰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켜줄 뿐이다. 『강원국의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