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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r 31. 2024

공짜로 채운 서재 [바빴던 3월]

3월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짜책의 향연이었다. 책 읽고 쓰는 내가 할 수 있는 SNS는 북스타그램 같아서 인스타그램을 같이 운영하고 있다. 북스타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서평단이었다. 서평단은 신간을 먼저 받아볼 수 있는 이벤트다. 보통 출판사에서 진행하는데 신청 후에 선정되면 새책이 배달되고 읽고 책리뷰를 쓴다. 하루에만 140여 권의 새책이 나온다고 하는데 마케팅이 필수일 출판사 입장에서도 서평단은 괜찮은 마케팅 수단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처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지금보다 작을 때는 인기책보다는 생소한 책들이 더 많이 당첨되었다. 처음과 지금을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의 비중이 늘어났다. 서점에 가서 신간코너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온라인서점에서도 가장 자주 누르는 것은 새로 나온 책 코너다. 베스트셀러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 몇몇은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몇몇이 바로 나다. 다른 사람들이 골라준 책 말고 내가 먼저 고르고 싶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 선택도 궁금해서 베스트셀러를 읽는다. 진짜 좋아서 좋은 건지,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런데 이미 신간코너에서 눈여겨봤다면? 그런 고민은 반으로 줄어든다. 물론 수많은 신간 중에서도 진열이 되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입김과 손길이 닿아있는 것일 테니 모든 것에서 자유롭다고 할 순 없다. 훨씬 적은 것은 확실하다. 이런 성향이라서 서평단 책을 받아 읽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말이다.

모두 서평단으로 받은 책이다.


3월에 하고 싶었던 것 중 가장 큰 것은 운동이었다. 운동을 정말 싫어해서 어떻게든 작게 만들고 저항을 최소화하려 했다. 최종적으로 고른 것은 계단 오르기. 아이가 학교 갈 때 같이 1층까지 내려가서 배웅을 하고 나는 집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집까지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3분이다. 계단 오르기가 정말 좋은 운동이라고 하니 짧은 시간이지만 운동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시작할 때 계획은 원대했다. 5일 정도 지나면 2번 왔다 갔다 하고, 다시 5일이 지나면 한 번을 더 추가하려 했다. 첫날부터 운동 안 한 사람 티가 너무 났다. 5층 정도 올라가면 겨우 이만큼 올라왔다고? 하고 작은 숨이 쉬어진다. 10층쯤 올라가면 당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어 진다. 금방 익숙해진다고 하던데 5일이 지나도 여전했다. 당연히 다음 계획은 무산됐다. 이거 매일 하는 것만으로도 장하게 여기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침에 약속이 있어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빼먹기 시작하자 미처 습관이 잡히지도 않은 계단 오르기는 번개보다 빠르게 순위가 뒤쳐지고 말았다. 운동을 늘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인가. 아무래도 4월에 운동을 다시 하려면, 좀 더 강력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을 설정해야 할 것 같다. 운동이 정말 싫은데 정말 하고 싶다. 그중 어떤 것이 나의 진심일까.

10일은 한 줄 알았는데 심하다.

1년 중 1분기가 끝났다. 3월이 끝난 것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온다. 3월에 아이가 개학하면서 바빴다. 아이는 새 학년, 새 학급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새 학원에 맞춰 달라진 하루시간표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나 역시 아이의 적응을 돕느라 바빴고 바뀐 시간표를 챙기느라 정신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오전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즐기겠다고 여기저기 약속을 잡아서 바빴고, 글도 쓰고 SNS도 하느라 바빴다. 참 바빴다. 3월을 보낸 것 중에 마음에 드는 성과도 물론 있다. 브런치에 꾸준히 날짜 놓치지 않고 연재한 것, SNS에 열심히 게시물 올린 것, 새로운 독서모임에 참여한 것. 별 것 아니라 여겨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짚어내서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참 감사하다. 사소하고 단순한 일도 잘했다고 좋은 일이라고 이름표를 달아주니 근사해 보인다. 포장을 잘하는 것을 보니 SNS를 하면서 어느새 '있어빌리티'가 장착되었나 보다. 

있어빌리티는 ‘있어 보인다’와 능력을 뜻하는 ‘어빌리티(ability)’를 합친 신조어로, 실상은 별거 없지만 남들에게 있어 보이게 하는 능력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SNS상에서 그럴듯하게 꾸며진 사진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4월에는 운동을 하고 내실을 다지고 싶다. 독서모임에 충실하게 참여하고 글쓰기도 더 꾸준하게 하고 싶다. 아 맞다, 영어공부도 하겠다고 영어교재도 샀는데. 4월은 또 얼마나 정신없이 보내려고 계획부터 이렇게 가지치기가 많이 되는지 원. 아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고 이은경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강원국선생님도 양의 증가가 질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하셨다. 지금 집중할 수 있는 일은 넘치도록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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