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윤달이라 2월이 29일까지다. 4년에 한 번 오는 기가 막힌 하루는 온 티도 나지 않은 채 여느 때보다도 더 정신없이 2월이 지나가버렸다. 중간에 설명절이 끼어있는 탓에 명절 전까지 뭔가 들뜬 기분으로 월초를 보냈다. 뭔가를 하던 것이 명절 때문에 뚝 중단이 될 것 같은 기분에 미루고 미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명절이 지나고 나니 모든 루틴이 쨍그랑 깨져버렸다.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하루 이틀이면 회복될 줄 알았지만 쉬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5시 언저리에서 성공했던 새벽기상은 7시 언저리로 돌아와 버렸다. 습관을 쌓는 것은 오래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인가. 공든 탑은 과연 무너질 것인가. 1월에 방학특강을 다녔던 아이는 많은 시간이 생겼다고 느꼈지만 그만큼 심심함도 많이 느꼈다. 반면 오전에 시간을 충분히 썼던 나는 굉장히 바빠졌다고 느꼈다.
1월 성찰을 통해 부족하다고 느껴 2월에 집중하고 싶었던 부분은 독서와 스케줄수첩 사용이었다. 독서는 서평도서 5권, 다른 책 4권을 읽어 표면상으로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서평도서는 원하는 독서 모습은 아니었다. 발췌독에 가까운데 완독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했던 나의 독서에 새로운 형태를 더하게 되었다. 3월에는 독서모임이 재개되니 독서량을 좀 더 늘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서 독서모임을 끊을 수가 없다. 스케줄수첩 사용은 처참히 실패했다. 2월 중 총 7일을 사용했다. 스케줄러 사용에도 적합한 인간의 타입이 있는 걸까 궁금해진다. 결국 독서도 스케줄러 사용도 집중하지 못했다. 잘했던 것에 썼던 에너지를 부족한 부분에 채우려 했더니 잘했던 것은 유지가 안 됐고 부족한 것도 다 채워지지 않았다. 잘했던 것에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에 힘이 실린다. 잘했던 것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
2월의 성과라면 틈틈이 자기 계발 수업을 들은 것이다. 퍼스널브랜딩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있으며 캔바라는 디자인프로그램의 기초 수업을 들었다. 영문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었고 짧은 글짓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틀로 늘린 연재를 미루지 않고 했고 소모임에서 진행하는 한 달에 한 번 글쓰기 매거진에 참여했다. 이렇게 보니 꽤 성공적인 것 같아 보이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환급형 수업 과제를 놓치진 않았지만 막판에 겨우 했고 그 여파로 중점을 두고 싶었던 캘리그래피 수업 과제는 다 이행하지 못했다. 글쓰기는 한참 더 퇴고를 해야 했지만 겨우 발행일만 맞췄다. 모든 일을 눈앞에 닥치면 해치웠다. 그 일이 눈앞에 닥치기 전에는 또 다른 일이 내 눈앞에 있었으므로.
3월이 이제 코앞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며 나 역시 새로 시작해 보겠다고 기다려온 3월이다. 3월에 하고 싶은 것은 운동과 새벽기상이다. 운동은 나에게 숙원사업의 일종이라 하루 5분씩, 10분씩 해보기로 했다.
중간에 못했더라도 다시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자. 묵묵히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나를 다독이며 가기로 했다. 이전에는 나를 채찍질하고 부족하다고 몰아세우며 갈 길을 가게 했다. 그래야 쉬지 않고 갈 줄 알았고 더 멀리 오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은 어리석고 오만한 바람의 방법이었음을 소모임을 통해 깨달았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따뜻한 햇살이었다. 감사하게도 햇살 같은 주변의 격려와 칭찬에 얼었던 마음이 녹았다. 늘 햇살이 비치는 곳만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 어디서든 나에게 햇살이 비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폭풍우 쳤던 2월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