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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불러보는 막내

by 다정한 여유

막내야, 이렇게 너를 불러보는 것은 처음이네. 넌 둘째면서 늘 우리 가족의 막내라고 강조하잖아. 무슨 막내냐고 타박하긴 하지만 가장 어린 구성원이니 막내가 맞긴 하지. 불러놓고 보니 조금 오글거리는데 막내라는 단어 자체에 사랑과 귀여움이 가득 실려 있어서 그런 것 같아. 네가 왜 그렇게 강조했는지 알 것 같다.

겨우 4살 차이인데도 중학교부터는 학교를 같이 다닌 적이 없어 왠지 나이차 꽤 나는 동생처럼 느껴졌어. 타지에 나와 대학을 다니느라 고등학생이 된 너의 모습을 곁에서 보지 못했지. 가끔 볼 때마다 쑥쑥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에 놀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네가 아기 엄마가 되었다니. 아직도 조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 어색해. 늘 가족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다가 남편과 아이에게 돌려주려니 처음엔 쉽지 않았을 거야. 인생은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의 집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의도하지 않은 그런 과정 속에서 삶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 같아. 넌 지금 그 과정 한가운데 있는 거지. 허우적대고 있다고 느껴지겠지만 한 발 한 발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이니 걱정하지 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너의 마음속 아이도 같이 키워야 하기 때문일 거야. 내가 원하는 것을 먹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때 잠잘 수 없다는 것이 견디기 어려워도 엄마니까 당연한 거라고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언니는 일방적으로 너를 희생하지는 않길 바라. 엄마가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면 아이도 그걸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거창하지는 않아도 소소한 너의 행복을 잘 챙기길 바라. 잔소리 같지만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잘 먹고 잘 자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지켜야 해. 나의 편지가 갓난아기 육아로 힘든 너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볼게. 버거운 관심을 주기보다는 든든하게 곁에서 기댈 수 있는 언니가 되어볼게. 언제나 언니는 늘 네 편이라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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