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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by 다정한 여유

아직 상반기도 채 가지 않은 시점이지만 올해 가장 인상 깊은 책을 한 손에 꼽는다면 분명 '쇼펜하우어'책이 들어갈 것이라 예상한다. 언제 읽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서점에 갈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영 탐탁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독서모임을 여러 개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개의 독서모임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책을 읽게 되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와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이다. 강제로 만나게 된 쇼펜하우어는 강렬했다. 대부분 철학자들이 뚜렷한 자신만의 색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분은 유독 강하고 독하게 느껴졌다. 그중에서도 머릿속에 콕 박힌 말이 있었다.


'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아니, 이 아저씨 지금 뭐라고 하시는 거지? 안 그래도 힘든 사람들에게 긍정파워를 불어넣어 줘도 희망을 가질까 말까, 기운을 낼까 말까인데. 이렇게까지 독설을 내뱉은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강하게 부정을 하고 났더니 뒤늦게 묘한 위안이 찾아온다. 오늘 힘들었고, 내일도 힘들지 모르지만 다들 힘들고 원래 힘든 거니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게 어떻냐는 것 같았다. 힘든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도록 깨끗하게 극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그보다는 지금에 집중하는데 애쓰는 게 어떻냐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 또 어느새 지나갈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쇼펜하우어의 본래 뜻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철학이라는 것이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식대로 해석하는데 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쇼펜하우어를 만나고 한 단계 성장한 것인지, 한 단계 성숙하고 나니 쇼펜하우어가 보인 것인지 모르겠다. 닭이 먼저든 달걀이 먼저든 지금 닭이면 달걀을 낳을 테고, 달걀이면 닭이 될 테지. 도긴개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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