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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y 10. 2024

여기는 습관성형외과입니다

최근 관심사는 다름 아닌 '정체성'이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 찾아 삼만리에 나섰다. 어렸을 때 꿈꿨던 장래 희망과 같은 질문인데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예전 장래 희망은 명사형의 꿈이었다면, 지금 것은 동사형의 꿈이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찾고 있다. 최종 목표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중간 목표는 찾았다. 일단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찾을 차례다. 당연히 글을 쓰고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브런치에 연재 중이라 글을 쓰고 서평을 위해 책을 읽는다. 아직 습관이 되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습관은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읽고 쓰는 사람이 되어 경제활동을 하고 수익을 내고 싶다면 읽고 쓰는 습관을 통해 원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책에서는 작은 습관을 만들어 기존의 습관에 보태라고 한다. 이른바 습관 쌓기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행동할지 사전에 계획을 세우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하는 것이다.

'해가 떠오르면(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침대에서 나와(실패하지 않고 매일하고 있는 습관이다) 책을 한 페이지 읽는다.('책을 읽는다'를 '책을 한 페이지 읽는다'로 작게 바꾼다.)'

 작은 습관 하나를 실천하는 것으로 나라는 사람을 바꿀 수 있다니 놀랍다. 마치 성형외과에서 원하는 외모로 성형하듯이 내가 원하는 습관으로 성형해 보는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면 보통 일정 자격을 갖추면 된다.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 해당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습관만 시작하면 된다니, 얼마나 단순 명료한 일인가. 게다가 매일 일어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일에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보태기만 하면 된다니 아주 쉬워 보인다.

언제 어디서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해 두면 동기가 필요 없다. 정해놓은 상황에 짜놓은 계획을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행동이 일어나는 순간, 결심은 필요 없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을 필요가 없다. 의욕을 불태울 필요도 없다. 어떤 일을 실행할 때 내부적으로 동기가 있다면 그 일을 지속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문제는 동기라는 것이 움직이는 생물체같이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보통 처음에는 아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이내 잠잠해지고 그러다 깊은 잠에 빠지기가 일쑤다. 이토록 변덕스러운 동기를 다스리는데 힘을 빼지 않아도 된다니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운동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가 조금씩 느껴진다.

이제 막 시작한 새 습관을 삶의 일부분으로 만들고 싶다면 환경을 만들면 된다.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싶다고 하자. 알람을 맞춰서 시간마다 물을 마시는 것보다 아침마다 물병을 채워 보이는 곳곳에 두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다. 눈을 돌릴 때마다 물병을 보고 물을 마시는 습관을 인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나쁜 습관을 유발하는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는 TV를 덜 보고 싶다면 TV를 보고 난 후에 매번 코드를 뽑아두라고 한다. 우리 대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적은 마찰로도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습관은 무의식 중에 우리를 어떤 길로 이끌고, 다음 행동으로 빠르게 질주하게 한다.' 다음 행동으로 가는 길목에 작은 돌멩이를 놓아 질주를 막는 것이다. 질주하려다 돌멩이에 걸리면 주춤하게 되고 주춤하는 순간 질주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서 멈추게 되는 것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쉽게 나쁜 행동을 하지 못하게 곳곳에 장애물을 설치해 보자.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습관을 성형하여 삶의 일부분으로 만들었고, 나쁜 습관을 저지했다. 다음은 무엇일까. 지속하는 것이다. 좋은 습관이 지속되는 것은 결국 반복의 힘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횟수다.' 반복의 힘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이 책을 두 번째 읽으면서 강렬하게 와닿았던 부분이 또 있다. '습관은 두 번째 실수에서 무너진다.' 습관을 지속하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의해서 중단될 수 있다. 책에서는 한 번 거르는 것은 실수이고 사고지만 두 번 거르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그것이 새로운 습관이 되어 시작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해도 빨리 되돌아와 회복한다고 한다. 그러면 습관이 무너진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이 부분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요즘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홈트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숱하게 시도했던 것과 같다. 이번에는 책에서 읽은 대로 실행해 보았다. 습관을 일단 작게 만들었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할 것인지 자세히 정했다. 아이가 등교하면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홈트영상을 실행시키는 것이다. 추천받은 15-20분짜리 짧은 프로그램을 선택해 약속이 있어도 운동을 하고 갈 수 있도록 했다. 하루 이틀 하다 보니 내가 정말 운동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만족스러웠고 습관을 지속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운동을 시작한 게 한 달 정도밖에 안 되어 몸에 습관이 되어 배지는 않았다. 본래로 돌아가려는 관성의 힘은 어찌나 막강한지, 운동하기를 하루 빼먹고 나니 운동 습관을 지속하려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안타깝게도 다음날 현관문이 닫혀도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과거에 실패했던 것이 이 부분이었다. 작은 시도는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던 지점에 다시 오고 말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영상을 켜고 운동할 수 있게 한 힘이 있었다. '두 번째 실수를 하지 말자. 운동하지 않는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지 말자.' 책 덕분에 한 단계 나아갔다.




현재 나의 관심사와 이 책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했다. 그동안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지만 이렇게 바로 실행을 한 것은 처음이다. 자기계발서를 한참 읽으며 의욕에 불타올라 시작했지만 끝까지 실행하지 않았다.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변화 없는 나 자신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같은 책을 읽었던 때도 행동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 물론 이번에도 언제 그만두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예전보다 한 단계 나아갔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같은 책을 다시 만나야 한다는 말도 깨달았다. 작지만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의미 깊다.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어느 날 어느 순간에는 아주 작은 차이여도, 몇 달 몇 년이 지나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질 수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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