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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May 03. 2024

공짜 커피 먹는 법

"엄마, 이걸 모두 쿠폰으로 결제했다고? 대체 몇 개가 있는 거야?"

딸아이와 카페에 가서 음료를 주문하며 쿠폰으로 결제를 한다. 선물 받은 쿠폰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자랑을 한다. 매일매일 공짜 커피를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으스댄다. 어쩐지 오늘따라 커피가 더 달콤하다. 달콤한 커피 한 모금에 어깨가 한껏 올라간다.

띠링띠링. 단체채팅방에서 누군가 선착순 커피쿠폰을 쏜다는 알람이 온다. 클릭 한 번하니 커피쿠폰이 날아온다. 공짜 커피가 하나 더 늘어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커피를 쏘는 분들이 있다. 누가 당번이라도 정해준 듯 돌아가며 커피쿠폰을 쏜다. 거기가 어딘고 하니, 함께 수업을 듣고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과의 단체채팅방이다. 브런치에 쓴 글이 다음 메인에 가거나, 조회수가 엄청 치솟아서 기분이라며 커피를 산다. 때로는 그냥 힘내라고 혹은 좋은 일이 있었다고 편의점쿠폰을 보내기도 한다. 좋은 것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멋진 사람들이다.




유명한 어떤 실험이 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10억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대신 다른 사람은 20억 원을 받는다. 만약 10억 원을 받지 않는다면 상대에게도 돈이 가지 않는다.

"당신은 10억을 받겠습니까, 받지 않겠습니까?"

많은 참가자들이 보상을 거절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 실험은 외국에서 이뤄졌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나타나는 실험결과라며 불공정성실험이라고 해석했다.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언급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실험이 이뤄졌다면 이쪽에 더 무게가 실렸을 것 같다. '사촌이 땅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가만히 따져보면 이상하기도 하다. 나도 돈을 받고 상대도 돈을 받으면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내가 받은 돈보다 상대가 더 많은 돈을 받으니 비교가 되어 상대적으로 나는 행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무도 받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이유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아주 틀린 선택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어떤 물건이 있고 그 물건은 정상재라고 가정한다. 정상재는 내 월급이 올랐을 때 더 사고 싶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득의 증가와 수요의 증가가 같은 방향의 재화다.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진다. 정상적인 시장에 소비자는 나 혼자가 아닐 테니 상대에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사과 한 상자의 가격이 10억이라고 가정하자. 지금 가게에는 사과가 한 상자뿐이고 나와 상대 모두가 사과를 사겠다고 한다. 이때 상대가 주인에게 사과 한 상자를 20억에 사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보통의 가게 주인이라면 20억을 받고 사과를 팔 것이다. 나는 돈이 있지만 사과를 살 수 없게 된다. 그러니까 옆에 사람이 20억을 받으면 나보다 두 배의 돈을 받아서 배가 아픈 것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나의 10억이 무용지물이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10억을 받아도 쓸 수 없으니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 된다.


사람의 마음은 시장에서 팔지 않는다. 시장경제 속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작동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착한 사람 곁에 있으면 나 역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마음이 작동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사람의 마음은 꽤 간사한 편이라 착한 사람이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뀌기도 한다. 간사함을 이겨내려면 선순환의 고리가 필요하다. 선순환이 시작되면 구심점은 선한 마음이 되고 그것은 강한 원심력으로 작용하여 간사함을 멀리 밀어내고 날려버린다. 내가 선순환의 시작점이 되어보면 어떨까. 바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먼저 베푸는 것이다. 베풀다 보면 나보다 마음이 큰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다. 큰 마음을 만난 선함은 날개를 달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선순환의 고리에 속도를 더해준다. 크고 넓은 선순환을 만들어준다. 공짜 커피를 먹고 싶다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보내보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면 된다.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은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과 같다. 행복해진 그 사람의 기운이 나에게도 퍼지기 마련이다. 내 주변사람 다섯 명의 평균이 나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누군가의 다섯 명 중에 한 명이라면 나는 평균을 높이는 사람일까, 낮추는 사람일까 궁금했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을 두고 싶다면 좋은 사람이 나를 주변에 두고 싶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서로서로 좋은 사람이 되어서 상향평준화되면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된다. 오늘 밤도 열심히 빌어봐야겠다. 쓴 글의 조회수가 치솟고 로또에 당첨이 되고 시험에 합격하게 해 주세요. 좋은 일이 자꾸 생겨서 내일도 또 공짜커피 얻어먹을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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