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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여유 Jun 10. 2024

제자리걸음이면 어때 [깨달은 5월]

5월 결산을 하기에는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래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5월의 목표는 나 찾기와 운동이었다. 운동은 인증프로그램에 2주만 하고 나머지 날들을 했다 안 했다를 반복했다. 6월 초에 계획되어 있는 여행에서 체중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 줄이고 가고 싶었다. 고작 한 달 정도 했지만, 생각처럼 체중이 줄지 않자 조금 김이 빠졌다. 짧은 시간 노력에도 성과를 바라는 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5월에는 예상치 못한 면접도 보았다. 지자체에서 하는 지원제도였는데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오랜만에 면접을 봐서 긴장도 하고 면접 준비도 미흡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쉬웠고 아까웠다. 그러고 나니 조금 기운이 빠졌다. 그간 실패를 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조그만 타격들이 모이고 이번에 결정적 타격이었을까 혹은 그동안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별 타격이 없었던 걸까. 어느 쪽이든 실패에 타격이 전혀 없는 타입은 아니었다. 여러모로 기운이 빠졌는데 할 일은 계속 있었다. 글을 연재하고 약속한 서평을 써야 했다. 꾸역꾸역 하다 보니 점점 성의가 자취를 감췄다. 약속한 기한을 자꾸만 까먹고 어겼다. 그런 모습에 스스로 실망했다. 얼마 남아있지 않던 동기가 스르르 어디론가 흘러 나가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꾸준하지 않은 나의 꾸준함을 깨달았다. 나 찾기는 엄밀히 말해 나의 강점과 목표를 찾으려던 것이었는데 미숙한 내 모습과 실망스러운 내 모습을 찾았다. 찾긴 찾은 건가.

여행을 계기로 재정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제대로 쉬면서 해야 할 일을 줄이고, 몇 가지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하려던 일 중 대다수를 포기하고 놓아버리려는 것을 포장하는 말이었다. 작은 실패들이 마치 재능이 없는 것을 여러 차례 인증하는 것 같아서 흥미가 떨어지고 있었다. 지속해야 잘하게 된다는 책과 글을 여기저기서 반복해 읽어도 한 번 떨어진 흥미는 바닥에서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실행력과 동기는 끈 떨어진 사이가 되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엄청난 터닝포인트를 만나게 되었다. 성장메이트 줌모임에서다. 성장메이트 모임은 6개월 차가 되었다. 처음 줌모임을 했을 때는 어색했고 그래서 불편하기도 했다. 이 자리가 나에게, 서로에게 의미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는 이야기가 많이 쌓였고  이야기들은 끈끈한 거미줄이 되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주었다. 의구심이 사라진 곳에는 회복이 자리 잡았다. 덕분에 줌모임을 할 때마다 함께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매번 힘이 되고 뇌리에 남아 때로는 나를 다독이고 때로는 나를 자극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친 마음을 나누며 근황을 나누던 중 한 분이 내 글이 많이 발전했다고 이야기하셨다. 세상에나, 이런 느닷없는 감동이라니. 열심히 썼지만 이렇게 글 쓰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고 성장이 지지부진하다고 느껴 좌절했던 요즘이었다. 담백하게 던져주신 그 한마디가 내 마음에 와서 콕 박혔고 그게 마치 무언가를 터뜨린 듯 마음 전체가 감싸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을 캡처해서 간직하고 싶었다. 아마 이 말은 오랫동안 글쓰기에 동력이 될 것이다.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보잘것없는 글이지만 라이킷을 누르고 댓글을 남기는 분들이 참으로 감사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도록 하자. 제자리걸음을 해도 걸음 수는 체크되며 근육은 향상된다. 지속하는 것에는 분명한 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동안 해왔던 것, 하고 싶은 것에만 매달려 있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새롭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속에 깨달음과 배움이 있었다.




나 찾기는 진행 중이다. 강점을 찾아보는 코칭을 소개해 주셔서 신청했다. 금방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마음먹었다. 마흔까지도 찾지 못했는데 하루 이틀, 한두 달 만에 찾지 못하는 게 대수일까. 느긋한 마음이 필수인 분야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말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말이 아니었다.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그리도 싫어하던 사람이 꼬박꼬박 운동하며, 운동을 즐겨 찾기란 어렵다. 고수의 영역을 함부로 넘보지 말자. 다만 고수를 바라며 오늘 해보고, 내일 못하면 내일모레 할 것이다. 매달 결산을 하니 짚고 넘어갈 수 있어 좋다. 비록 1보 전진 후, 2보 후퇴하더라도 어느 날은 2보 전진 후, 1보 후퇴할지도 모른다.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니 내일 후퇴하더라도 오늘은 일단 전진해야겠다.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6월이 1/3이나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 6월 결산이 기다려진다. 이게 웬 떡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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