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여유 Jan 25. 2024

오늘 너의 사연은

안녕하세요. 오후의 산책, 디제이 다정입니다. 오늘 오후 어떻게 보내고 계신 가요? 우리의 오후는 가끔은 과중한 업무에 시간 가는 줄 모르실 때도 있고요 또 가끔은 아이 간식 챙겨주고 꼬다리 하나 겨우 드실 때도 있죠. 아! 낮잠으로 채워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렇지만 그분은 밤새 일을 하다 오셨을 수도 있지요. 

오후는 아침에서 저녁으로 이어지는 그저 중간에 끼어 있는 흘러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저는 여러분이 오후의 산책, 들으시면서 한숨 돌리고 나의 오늘에 잠시 머무실 수 있는 시간 보내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노래 먼저 띄워드릴게요, 잠시 한숨 돌리세요. 소수빈의 '머물러주오.'

https://youtu.be/8l5q90J8yvs?si=1KJbjnlgf4ry4BIn


오후의 산책, [오늘 너의 사연은]코너 시간입니다. 첫 사연 읽어드릴게요. 뒷자리 7788 지혜연 님께서 보내주셨어요. 

'다정님, 저는 오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온 경단녀입니다. 일을 안 한 지 5-6년이 지났어요. 이제 아이가 4학년이 되는데 많이 커서 제 손이 덜 가기도 하고 제 시간도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작든 크든 경제활동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일을 찾게 되었어요. 제가 예전에 했던 일은 경력을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는데요, 아이도 생각하고 저 스스로도 다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워밍업을 해보자 싶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어요. 이번에 일을 알아보면서 매우 충격을 받은 사실이 있는데요, 아르바이트에 나이제한이 있다는 거예요. 다정님은 아셨나요? 모든 아르바이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찾았던 것에는 있었어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데다 저는 올해 마흔인데 나이제한에 걸리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어요. 나이제한이 없는 곳에서 면접을 보고 왔어요. 근데 막상 면접이 끝나고 나오는데 또 아주 절실히 합격을 원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지금 아침과 저녁 사이의 오후처럼 워킹맘과 전업맘 사이에 오후처럼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지혜연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막상 나의 마음을 어떠한가, 잘 모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지혜연 님이 그러신 것 같고요. 생각났다고 무작정 뛰기 시작하시는 것보다는 나의 마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그것을 돕는 일인지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강의 정말 잘하시는 김미경 님이 최근에 쓰신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라는 책에서 우리 나이를 하루의 시간으로 계산해 보는 것이 나와요. 100세를 24시간으로 환산해서 계산해 보면 마흔은 오전 9시 36분이래요. 정말 이른 시간 아닌가요? 마흔을 오전답게 보내야 내 예순과 일흔이 오후다워질 수 있다. 당신의 마흔은 아직 오전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떠세요? 갑자기 막 태어난 아기처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드시나요? 혹시 나이제한 때문에, 경력단절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 드셨다면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싱어게인 3가 큰 인기를 끌어서 요즘 싱어게인 관련 곡들이 신청곡으로 정말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싱어게인 특집으로 선곡을 하고 있는데요, 그중에 지혜연 님께 들려드리고 싶은 곡을 찾았습니다. 이젤 씨가 마지막 경연에서 부른 '한 페이지가 있게'라는 곡입니다. 지혜연 씨의 지금 순간이 훗날 생각해 봤을 때 달콤하게 다시 넘겨볼 있는 페이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GrQ-Xb6VZ3g?si=I58-5IOBSLINaAgv


힘찬 노래 잘 듣고 오셨나요. 싱어게인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 합니다. 싱어게인 3에서 TOP7 중에 추승엽 님이 계셨죠. 젊은 친구들의 자리와 기회를 빼앗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시면서도 본인을 유망주라고 칭하셨었는데요. 코쿤 심사위원이 추승엽 님이 본인에게 꼭 심사평을 해달라고 하셨다면서 감동받았다고 했어요. 오랫동안 음악을 해오셨는데 누군가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심지어 그걸 기대하고 있으시다는 점이 참 멋지시다고 했죠. 마흔이라는 나이를 아까 우리가 앞선 사연에서 24시간 나이로 바꿔보았죠. 오전이라고 신생아 아니냐고 농담까지 했지만 또 여러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언니가, 누나가 되기도 하잖아요. 전 제가 언니라고 누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꾸 살아온 시간이 더 기니까 더 많은 경험을 했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정말 경계하는 순간이에요. 그래서 추승엽 님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코쿤심사위원이 더 유명하다지만 본인이 더 길게 음악을 해왔잖아요. 그런데 조언을 원한다는 게. 유연한 태도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상대보다 긴 세월 음악을 했음에도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는 그 마음. 저는 그 유연함이 어른의 넓은 마음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추승엽 님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유연한 어른이고 싶어요. 추승엽의 '땅과 소년'. 마지막 곡 듣고 [오늘 너의 사연은] 코너 마무리합니다. 다음 코너에서 만나요. 여러분, 다정한 오후 보내세요!

https://youtu.be/Pl9OIFhA6mM?si=x-ahpAW6rncdxtgj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