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여유 Feb 16. 2024

하루 15분으로 완성하는 틈새 살림법

고백하건대, 전업주부이지만 살림무능력자다. 직장을 그만두고 살림만 한지도 꽤 됐는데도 요령이 잘 생기지 않고 요령만 피우게 된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도 잘하질 못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싫어진다. 정리하고 살림하면서 힐링하는 분들을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모든 서당개가 3년이면 풍월을 읊는 것은 아니다. 미니멀라이프는 마음속 부적처럼 지니고 있지만 누구나 그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안다. 남을 좇는 것은 그만하고 나에게 맞는 살림법을 찾아야 했다. 최대한 덜 힘들고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살림. 그것이 내가 원한 살림의 길이다. 열심히 길을 잃고 헤맨 끝에 마음에 드는 살림법을 몇 가지 찾았다.




15분 치우기. 살림책은 하도 많이 봐서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나가기 전 15분 집을 치워놓고 가면 돌아왔을 때 마음이 덜 심란하다며 추천했다. 바로 실행해 보았다. 아, 맞지 않는다. 나란 인간은 나가기 1분 전까지도 초를 다투며 준비하다 바람돌이 소닉처럼 바람을 일으키며 빠져나간다. 덕분에 집은 자주 야반도주한 것 같은 꼴이 되는데 나가기 전 15분이나 시간을 들여 치워야 한다니. 한두 번은 했지만 지속이 되지 않았다. 실패했다고 꺾이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번에는 한 공간을 정하여 길지 않은 시간을 타이머로 맞춰놓고 정리하는 방법이다. 미니멀리스트의 집을 보니 주방 마감 후 부엌 상판을 물건 하나 없이 말끔하게 치우길래 자기 전에 식탁 위, 소파테이블 위를 치워보기로 했다. 외출 후 정돈된 집을 보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깨끗한 집을 보며 아침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을 깔끔하게 해 놓는 것이다. 15분 타이머를 맞춘다. 자기 전 15분은 여유 있는 시간이라 실행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몇 번 해보니 결과물도 아주 마음에 든다. 아무 물건 없는 식탁과 부엌 상판을 아침에 마주하니 어제의 정신없음은 리셋이 되고 새롭게 시작하는 평온한 아침 같다. 이렇게 실패하면 다시 해보고 잘 맞으면 지속했다.


자기 전 15분 치우기에 더하여 15분 치우기를 추가했다.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데, 바로 가족 구성원들이 오기 전 15분이다. 예전에 아이가 좋아했던 책 중에 잠자기 10분 전이라는 책이 있었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짧은 10분 동안 인형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씻고 양치하고 다시 말끔하게 정리하고 침대에 눕는다. 마치 그 책처럼 15분 동안 분주하게 움직여본다. 오전에 내내 늘어져 있다가도 아이가 하교하기 15분 전이 되면 움직이기 시작한다. 번개처럼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도 돌린다. 여기저기 정리하고 집을 치운다. 남편이 집에 도착하기 15분 전부터 현관을 정리하고 세탁이 끝난 애들을 개킨다. 후다다닥 발에 모터를 달고 집안 곳곳을 누빈다. 15분이 몇 번 반복되니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된다. 나도 말끔한 집에서 돌아오는 가족을 맞이하고 들어오는 가족들도 정돈된 집을 마주하니 일석이조다. 15분 정도는 살림하기 싫어하는 나도 즐겁게 할 수 있고 데드라인이 있으니 시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가성비가 높은 살림법이라는 생각에 득템 한 기분이다, 아싸.

새탁기야 어서 돌아가거라. 출처: 픽사베이


짬나는 시간을 노려 틈새살림법, 꼼수살림법이라 하기로 한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끓는 동안 식기세척기 그릇들을 정리한다. 중간중간 커피포트에 물을 올릴 때마다 주방정리를 한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정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보다 정리가 꽤 된다. 몇 개 안 되는 설거지를 하기도 하고 세탁기가 있고 분리수거함이 있어 늘 어수선한 다용도실 정리도 한다. 정신없던 주방 상판 위가 깨끗해지고 다용도실에도 널찍한 공간이 생긴다.

맹수가 사냥감을 노리듯 일상에 숨어있는 짬을 찾아낸다. 아이에게 자기 전에 주는 찜질팩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2분 30초가 걸리는데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성격이 급해 늘 커피자판기 앞에서 언제 문을 열까 말까 하는데 전자레인지 앞에서도 마찬가지로 서성이던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해 본다. 아까 분명 치웠던 것 같은데 어느새 어질러진 식탁과 주방을 치운다. 집안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땡! 하는 소리와 함께 끝이 난다.

방학이 되어 돌밥돌밥(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한다는 뜻으로 방학 때 엄마들이 많이 쓰는 용어)하면서 새로운 꼼수를 더했다. 설거지 시간 정해 알람 맞추기. 하루종일 밥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하루종일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슬슬 화가 나는 나를 위한 솔루션이다. 설거지를 몰아야 해서 그때그때 해치워야 속 시원한 분은 시도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먼저 설거지를 쌓고 쌓는다. 그리고 알람이 울리면 그때 몰아서 한다. 보통 저녁 먹은 후에 하는데 요리하느라 설거지가 너무 많이 나와 식기가 필요할 때는 저녁 전에 하기도 한다. 몰아서 하니 양은 좀 많지만 하루종일 설거지만 하는 기분이 안 들어 좋고 설거지가 쌓여가도 마음의 죄책감이 덜하달까. 조삼모사의 느낌은 약간 있긴 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내놓기 부끄러운 살림법인 꼼수살림법은 나를 위한 것이다. 살림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살림을 덜 힘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살림을 못하는 나를 인정하고 매일 해야 하는 일을 좀 더 쉽게 하려는 요령들이다. 그러면 몸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마음의 에너지도 적게 든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챙겨 가족들을 더 다정하게 돌보는 것이 최종목표니, 꼼수살림법은 가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리안 된 곳을 보면 잔소리가 나오니 고개를 돌리려 애쓰는 남편이 고마워서 잔소리 참는데 드는 자제력을 감해주려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엄마가 정리하는 동안 같이 정리를 하며 아이에게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려는 야무진 계획도 있다.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집을 위한 묘수, 꼼수살림법. 누가 봐도 깔끔하고 멋진 집은 아니지만 적당히 정돈된 집에 살고 있다.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주 3회쯤??
이전 04화 고속도로에서 폭주하다 든 생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