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어미로 다시 태어나는 날

부모가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by 여름둘겨울둘


어머니께

엄마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어요. 힘들고 지칠 때마다 언제나 제 곁을 지켜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제가 혼자라고 느낄 때도 엄마의 따뜻한 말과 행동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엄마도 저에게 기댈 수 있도록, 제가 든든한 힘이 되어드릴게요.

돌아보면 힘든 나날도 참 많았지요.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도 참된 부모가 되고자 늘 변화하고 노력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았기에, 저도 조금씩이나마 더 단단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언제나 제 곁에서 삶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인 나의 엄마.그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가끔 제가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건 결코 엄마가 싫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곳에는 늘 변함없는 사랑이 흐르고 있어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엄마를 향한 제 사랑은 언제나 같아요. 엄마, 언제까지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제가 곁에서 엄마를 지켜드리며,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언제나 사랑해요.

아들 올림



안녕, 선영씨. 울 엄마.

난 아직도 철 없는 초등학생 같은데 벌써 2025년이라니 믿기지가 않아. 엄마 생신을 (제대로) 챙긴 것도 몇 년 안 되는데 이번엔 엄마 선물, 편지 등등 예전보다 잘 챙겨주고 싶어서 몇 달 전부터 준비하는데 엄마가 좋아해줄 거 생각하니까 엄청 설렜어. (엄마가 눈치챈 거 같아서 실패한 것 같지만 그래도 서프라이즈!!)

말 못 했었는데, 엄마 일하고 회식하고 늦게 와서 피곤할 텐데도 늘 꼭 안아주고 나랑 손잡고 누워 도란도란 얘기해줘서 되게 고마웠어. 평소에 내가 짜증을 내고 부정적인 말을 해도, 내 표정까지 신경 써주고 관심 가져주고 기분 풀어주려 노력도 하는 거. 엄마도 짜증날 법한데 지나고 보면 '아무리 딸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잘해줄 수 있지?' 싶고 존경스럽기도 해.

항상 나 신경 써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엄마, 다음엔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서 더 잘해줄게! 이번 생에 엄마 딸로 태어난 게 내가 제일 잘한 일 같아.

많이 사랑해♥

P.S. 47번째 생신 축하드려요♥♥♥ from. 딸랑구~♬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아이들이 내민 편지를 받아들었을 때, 마음속에서는 여러 겹의 시간이 한꺼번에 펼쳐졌다. 몇 해 전, 거실 바닥을 굴러가며 아들과 멱살잡이를 하던 장면이 떠오르고, 그보다도 더 아득한 날들, 이깟 케이크가 대수냐며 케잌을 사들고 들어와 나에게 안겨준 아들의 가슴에 못을 박던 날들, 내가 더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며 자신만만하게 데려왔다가 후회 섞인 말을 내뱉던 날들이 줄줄이 따라왔다. 못난 부모였던 흔적들이 케이크 위의 초처럼 하나씩 빛을 내며 나를 부끄럽게 했다.


그런데 그 부끄러움보다 앞서 눈물이 쏟아진 것은, 내가 아이들에게 준 것보다 몇 곱절의 사랑을 돌려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평범해 보이는 편지와 작은 선물이 왜 그토록 벅찼을까. 아마도 긴 터널을 함께 걸어오며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버틴 시간들이 그 안에 다 스며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며,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붙잡았다. 아이의 말 속에는 어른으로서 내가 가지지 못했던 단단함이 있었다. 때로는 짜증을 내고 삐죽거리는 아이였지만, 글 속에서는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지켜주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엄마도 나에게 기대라’는 말은, 나를 흔들리게 했다. 이 아이는 이제 나를 붙드는 기둥이 될 수도 있구나.


딸아이의 편지는 조금 달랐다. 친구처럼 나를 불러 세우며, 몇 달 전부터 선물을 준비하며 설레었다는 고백. 늦은 밤 피곤한 몸으로도 내 곁에 누워 손을 잡고 이야기 들어주던 기억을 고맙다며 꾹꾹 눌러 쓴 문장들. 평소에 투정부리고 심술을 부리던 그 딸이, 사실은 내 표정 하나하나를 다 헤아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나는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다음 생엔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 더 잘해줄게”라는 말은, 오래도록 내 가슴을 울릴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늘 다짐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나를 원망하기보다 더 큰 사랑으로 감싸주고 있었다. 내가 어른답게 살고자 애쓰던 시간보다, 아이들로부터 사랑을 돌려받은 시간이 훨씬 더 길고 깊었던 것이다.


요즘 아들은 예전처럼 새벽 다섯 시에 억지로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 일곱 시쯤 일어나 간단히 끼니를 챙기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아들의 우울이 조금은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그것도 결국은 아이들 곁에서 내가 다시 배우고 자라는 덕분일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 준 편지를 곱씹으며, 나는 알았다. 부모는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자식이 건네는 사랑 속에서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지난날의 못난 나조차도 아이들의 사랑으로 덮여 새로이 태어나는 듯했다.


어제의 생일은 단순히 나의 나이를 더한 날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손끝에서, 문장 속에서, 다시 태어난 나를 확인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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