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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Jun 05. 2021

스페인어 비전공자의 눈으로 본 스페인어 이야기

¡Hola, Español! 올라, 에스빠뇰!

들어가기 전에

¡Hola! 올라 (안녕!), 이 짧고도 친근함 가득한 인사말에서 스페인어 얘기를 고구마 줄기 캐듯 끝없이 엮어낼 게 많습니다.


인도-유럽어에서도 로망스어, 좀 더 좁게는 이베리아-로망스어 계열에 속하는 스페인어. 일단, 이 스페인어의 위상에 대해 먼저 알아볼까요.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중 어느 말이 제일 많이 쓰느냐를 두고 입씨름을 하죠. 오늘 그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왜 '깔끔하게'가 아니라 '어느 정도'라고 하냐고요? 언어라는 건 쓰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생물처럼 증가 감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따라서 아래의 내용은 얼마든지 산출 방법과 조사 연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내용은 일단 2021년을 기준으로 조사했습니다.



스페인어의 위상

세상에는 무려 7000개가 넘는 언어가 존재합니다. 7097~7138개 사이로 보통 가늠을 합니다. 저의 모국어인 한국어든 제가 살고 있는 스페인의 말이든 숱한 언어 중 하나일 뿐이에요.


동일한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의 수로 따지면 스페인어는 의외로 4위까지 밀려납니다:

영어가 59개국으로 1위고요, 프랑스어 29개국, 아랍어 27개국, 스페인어는 그 뒤를 이어 21개의 나라에서 쓰이고 있어요.


한편,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수로 가늠하면 스페인어는 2위로까지 올라갑니다:

1위는 예상하다시피 중국어로 무려 9.2억 명에 달하고요, 스페인어가 4.8억 명입니다.

그렇다면 영어는 어떨까요? 의외로 영어 3.8억 명 밖에(?) 안 된답니다. (출처 EuropaPress)


하지만 모국어에 제2외국어 사용 인구수까지 가늠하면 또 달라집니다.

영어가 13.5억 명으로 1위가 되고요, 중국어가 11억 명, 힌디어가 6억 명, 스페인어는 5.4억 명이랍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어는 8200만 명으로 20위에 달해요. (출처 Ethnologue)


순위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스페인어를 배운다는 지구 상에 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다리가 되어 준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얘기가 되겠네요. 저는 중학교서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1997년부터는 초등 3학년부터 정규과목으로 이수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무려 10년이나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말이 되는군요, 세상에! 스페인어 배우기에 더없이 좋은 교육환경입니다. 스페인 현지 영어강사인 제가 왜 이렇게 스페인어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걸까요.




스페인에는 스페인어가 없다?!

스페인어에는 7개의 지방어가 존재해요. 그리고 스페인에는 스페인어가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일단, 사투리, 토속어, 지역방언, 이런 표현보다 지방어라고 부르는 까닭은, 각 지방의 자치단체 기관과 지역 언론에서 공식 문서화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머, 쟤 사투리 쓰나 봐, 촌스럽게.' 이렇게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이지요. 그 지방의 고유어이자 서류상의 공식어로 당당히 자리 잡게 한 그들의 노력이 대단하고, 이를 존중하는 관습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7개의 지방어는 어떤 게 있을지 살짝 알아볼까요?


일단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널리 그리고 많이 쓰이고 있는 표준어 castellano 까스떼야노/카스테야노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역사 편에서 본 통일의 주축, 카스티야 왕국 기억하시죠? 부드러운 빵으로도 유명한 카스테라의 어원 역시 이 카스티야에서 나왔습니다. 중부 지방에서 사용하는 이 카스테야노를 외국인이 볼 때 스페인어, 즉 español이라고 부르는 거랍니다.


북서쪽에 가면 산티아고 순례길로 유명한 갈리시아 지방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gallego/galego 가예고를 사용해요. 제가 가이드로 일하던 당시 이 지방 출신의 기사들이 많았는데, 저와는 castellano로 얘기하지만, 일정 중에 동향의 동료들을 만나면 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해요. 무슨 말인지 물어보면 자기 지방의 언어인 gallego를 쓰는 중이었던 거지요. 인스타나 페이스북에서도 갈리시아 어로 나와 있는 경우엔, 아래에 번역 보기가 따로 표기될 정도랍니다.


북동쪽의 지중해를 바라보는 쪽으로는 카탈루냐주가 있고, 여기서 쓰는 말이 바로 catalan/català 까딸라 입니다. 사딸라 아니고요, 까딸라에요. 뭘 그렇게 까달라고 하냐고요. 얘들이 일 년 내내 분리 독립을 외치며 중앙정부와 스페인 왕정을 모두까기 하는 걸로 유명해요. 이 카탈루냐주에 유명한 도시가 바로 많은 분들이 스페인 하면 떠올리는 도시 (마드리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바르셀로나랍니다. 이 카탈라어를 두고 지중해를 따라 내려가면 오렌지와 빠에야로 유명한 발렌시아가 나오는데, 거기서 쓰는 언어를 따로 valenciano발렌시아노로 부르기도 하고요. 그대로 catalan카탈란으로 보기도 합니다.


한편, 북동쪽 지중해가 아닌 대서양을 바라보는 곳에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바스크어, vasco/euskera 에우스케라가 있습니다. 앞에 스페인어 표기는 그래도 익숙한데, 뒤에 말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지요. 바스크어로 바스크어를 부르는 말이랍니다. 우리가 우리말을 코리안이 아니라 한국어라고 하듯 말이죠. 인도유럽어, 로망스어 그 어떤  언어학적 분류로도 분석이 불가능한 고립어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 세바스티안, 빌바오 등 바스크주에서만 사용되는 언어입니다. 그래도 사용 인구수가 200만에 달하니 대단하지요.


카탈루냐주 끝에는 피레네 산맥이 있고, 프랑스와의 접경지역으로 가운데에는 안도라 공국이 껴 있어요. 요 틈바구니에 있는 발다란에서 쓰는 말인 아란어 aranés가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스페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방어, 즉 지방 관할청 및 지역 언론에서 합법적으로 문서화해서 표기하고 학교에서 제1모국어로 가르치는 언어가 됩니다.


아니, 모국어면 모국어지, 제1모국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우리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좀 당황스런 일들이 있지요. 지금까지 언급한 갈리시아, 카탈루냐, 바스크, 발다란 지역에서는 해당 지방의 언어 외에 학교에서 제2모국어로 스페인어, 다시 말해, castellano카스테야노를 배워야 해요. 세상에, 표준어도 아니고 지방어를 배우는 것도 황당한데, 거기에 다시 표준어를 배워야 한다니, 농담이냐고요? 아뇨, 완전 진지 궁서체입니다.


한국 교민 분들 중에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에 거주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그분들이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아이들은 교육기관에서 지방어와 함께 catellano (español)를 배워야 한다는 얘기이지요. 아이만 배워야 할까요? 학부모님들이 받는 학교 통지서며, 각종 고지서들이 그 지방어로 나오니 본인이 구글 번역기를 돌려 쓰든 스페인어(카스테야노)를 하는 이웃을 구워삶든, 어떻게 해서든 배워야 합니다. 이래저래 외국살이는 쉬운 게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그곳에 계신 교민분들께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려요.


그 외에는 말 그대로 지방 방언으로 여겨지는 언어들입니다. 아스투리아스 지방에서 쓰는 아스투리아어, 아라곤주에서 쓰는 아라곤어, 그리고 사투리급에 해당하는 말로,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쓰는 안달루시아 방언이 있어요. 일설에는 콜럼버스가 이끌고 간 선원들이 안달루시아 출신이 많아서 중남미 스페인어가 대륙 스페인어와는 다르다고 하는 얘기도 있어요.




왜 이렇게 지방어가 많은 걸까?

사실 이렇게 언어가 다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합니다. 땅이 넓어서 그래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표준어 외에 경기도, 경상, 전라, 강원, 제주도 등 지역별로 사투리가 있잖아요. 심지어 경상도의 경우만 해도 대구, 부산, 울산이 다르다는 영상도 제법 올라와 있지요. 하물며 우리나라의 다섯 배의 땅을 가진데서야 오죽하겠어요. 그나마 스페인은 이 정도에 그치기에 망정이지 다른 유럽 나라는 더 심하답니다. 한번 보시겠어요? (판도라의 상자를 엽니다)


스페인 바로 옆 포르투갈은 3개 (브라질 포르투갈어를 포함하면 4개이고, 브라질에서만 무려 1000여 개의 방언이 존재한다는 무시무시한 사실), 프랑스 28개, 이태리 34개, (우리를 괴롭히는) 영어 종주국 영국은 대략 40개 (미국이 30개인데 비하면 좀 너무하단 느낌이 있네요). 그래도 뭐 여기까진 양반입니다. 독일에 무려 250개의 사투리가 있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마도, 통일된 국가 이전에 영주 국가와 수많은 공국으로 잘게 쪼개져 있었다가,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연방 공화국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저도 조사해 보고 그야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독일어가 괜히 어려운 게 아니었군요.


중남미로 넘어가면, 스페인어의 지방어로 보는 범위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나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거의 단독으로 사용하는 rioplatense, 캐리비안 해역 나라인 쿠바, 푸에르토 리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사용하는 caribeño, 7000km에 달하는 안데스 산지에 분포한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베네수엘라에서 사용하는 andino, 그리고 멕시코 스페인어인 mexicano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남미 사람들을 만나면 저마다 본인들의 독특한 억양과 강세, 단어들을 따로 갖고 있음은 당연하고요. 멕시코만 해도 우리나라의 20배에 해당되는 크기에 1억 2천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니, 그 안에 68개나 되는 사투리가 있음은 하등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친절한 스페인어

스페인어는 물어보기 전에 요렇게 재미난 기호 [ ¿ ]를 먼저 붙인답니다. 물음표를 뒤집은 거죠. 마치, '나 이제 물어볼 거야, 준비하고 있어' 하듯이 말이죠. 그리고 해당 문장 끝에 [ ? ]를 써 줍니다. 같은 식으로 놀람이나 감탄을 나타낼 때 먼저 [ ¡ ] 를 써요. ¡Hola! ¿qué tal? (올라 께딸) 안녕! 잘 지내니? 오시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 반가운 인사말입니다.


그러면 스페인어는 왜 이런 식으로 괴팍한 기호를 쓰는 걸까요? 스페인과 중남미 사람들의 성격이 지랄 맞아 인내심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요? 그럴 리가요. 얘들은 줄 서는 시간 조차 앞 뒤 사람들과 수다 떠는 걸로 보내는 유쾌한 사람들인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가 묻어나는 거죠. (휴대폰에서는 시간상, 앞에 기호는 빼고 뒤에만 붙이긴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음이 연달아 올 때, 분리해서 발음하라는 기호 [¨ - 독일어의 움라우트와 같은 모양이지만 기능이 다릅니다]를 붙일 때도, 프랑스어처럼 두 번째 모음에 붙이지 않고, 첫 번째 모음 위에 써서 바로 알려주지요. (예: 프랑스어 mosaïque 모자이크, 스페인어 pingüino 펭귄)

바르셀로나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구엘 공원에 가보면, 구엘 씨 이름을 왜 Güell로 표기하는지 이해되시죠?


이 정도면 MSG 좀 보태서 신사의 나라, 스페인과 중남미로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스페인어는 신의 언어

스페인을 통일한 이사벨 여왕과 페르난도 왕의 손자로, 스페인의 왕이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카를로스 1세 (Carlos I, 또는 카를 5세 Karl V)는 플랑드르, 지금의 벨기에 간트 지방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제국을 다스리던 만큼 태생 지역의 언어를 비롯해,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영어 등 여러 외국어를 구사했는데요.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


I speak Spanish to God, Italian to women,
French to men, and German to my horse.
신에게는 스페인어, 여자에겐 이태리어,
남자에겐 프랑스어, 그리고 애마에겐 독일어로 말한다.


나중에 이 말은 카를로스 1세가 아닌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남긴 거라고도 합니다. 여하간, 여러 언어를 배울 때 농담 삼아 쓰곤 해요. 아, 전 오페라 애호가로서 독일어를 누구보다 좋아합니다. 독일어 전공자분들, 화내지 마셔요.


스페인어에는 라틴어의 특성이 가장 많이 남겨져 있고, 중세 당시 전 유럽에선 사용한 성경은 라틴어 번역이었기에 이런 말을 남긴 게 아닐까 추정합니다. 참고로, 이태리어는 대부분 모음으로 끝나기에 노래 부르기에 적절해요. 벨칸토 창법이 괜히 이태리에서 나온 게 아니겠지요. 프랑스어야 언어적 음성학적 연구와는 별도로 일찌감치 자국의 문화 전달에 힘썼기에, 프랑스의 모든 것들이 낭만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므와 스와 뜨와...


비단, 카를로스 황제의 말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여러 언어의 성경을 읽어볼 때, 유독 스페인어에서 정말 기도문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태리어 보다 더 부드러운 발음 속에 곡조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스페인어는 필수

이런 스페인어는 유럽 선진 국가 내에서도 상당한 외국인들이 실용적인 이유로도 많이 선택하는 제2외국어입니다. 영어는 일단 기본으로 배운 상태에서, 프랑스어에 비해 덜 까다롭고, 이태리어에 비해 지역 언어 차이가 덜 하면서 (사투리 수: 34 vs 7),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가지이니 안 배울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이는 꼭 유럽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도 그래요. 여기에는 우리의 교육 환경이 제법 큰 이유가 된답니다. 이미 10년이나 영어를 배웠어요. 좋든 싫든, 점수가 잘 나왔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영어는 내 필요나 재미 이전에 점수를 위해서 배운 탓인지 몰라도, 우리는 제일 오래 배운 외국어임에도 항상 영어 앞에만 나서면 쪼그라들곤 합니다.


사실 영어가 우리에게 쉬운 언어가 아님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어휘도 그렇지만, 생각의 회로를 바꿔야 하는 대공사가 있으니까요. 우리말은 주어, 목적어를 포함한 온갖 수식어, 마지막에 동사를 둠으로, 말을 하면서 결론을 만들어 가는 식입니다. 그렇지만 영어는 주어 다음에 바로 결론에 해당하는 동사가 나오니, 심지어 부정어도 동사 앞에 나오는 식이니, 말을 내뱉는 순간 머릿속에서는 이미 결론을 내야 한다는 얘기지요.


썸 타는 남녀 둘이 있다고 가정해 봐요. 어느 날 단둘이 식사를 하는 도중, 남자가

있잖아, 나는 너를... 이라고 운을 뗍니다. 그러면 그 뒤에 사랑할 거야 라고 단정 지을지, 사랑하는 걸까? 라고 물어볼 건지, 사랑할 자신이 없어 라고 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우리말 끝까지 들어봐야 된다는 말 자주 하죠? 뒤집어 보면, 끝까지 듣지 않고 이미 김칫국 들이마셔서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됩니다.


하지만, 영어는 이미 I love 라고 일단 결론부터 내고 뒤에 대상이 누구인지를 밝히니, 듣는 입장에선 한결 편한 점이 있죠. 이 와중에 대상을 달리해서 맥 빠지게 하면 안 되겠지만은요. 코미디 프로그램을 봐도 우리나라는 끝에 가서 웃고, 영어는 말 시작하기 무섭게 터지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어순의 차이겠지요.


다시 스페인어로 돌아오자면, 스페인어는 우리에게 대학교 전공이 아닌 이상, 인생을 즐기기 위한 언어로, 나의 세상을 확장시켜주는 도구로 더없이 유용해요. 영어처럼 파닉스 phonics를 배울 필요도 없고요. 훨씬 직관적으로 읽고 쓰는 게 가능한 데다, 영어 어휘의 3~40%가 스페인어와 비슷하니, 우린 시작부터 절반은 나가는 셈 아니겠어요? (꼭 이런 때 누군가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애들은 우리보다 더 쉽잖아요? 하는데, 그럼 갸들이 우리가 한국사람이라서 일본어 배우는 거 쉽겠다고 부러워(?) 하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남과 비교하는 건 이럴 땐 낭비입니다.)




다양성이 주는 매력

어렸을 적 방학이나 명절 때면 아버지의 고향으로 내려가곤 했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은 그래도 익숙해져서 대개는 알아듣지만, 근처 다른 친척 댁에 가면 부모님께 다시 여쭤보곤 하던 게 생각납니다. 철없던 그 시절엔 왜 말이 달라 불편하게 했는지, 그냥 하나로 전부 통일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정 반대입니다. 사투리든 지방어든 토속어든, 언어는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좋다고 말이죠. 사투리 또한 아름다운 우리말이니 잘 보존되고 그 사용이 이어져 가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바뀌어졌어요. 단일화된 것이 유용하고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을 담아내는 언어는 다양할수록 세심한 사유의 세계와 마음의 공간을 확장하고 표현해 준다는 것을 나이 들어가며 깨닫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영어만 알아왔다면, 스페인어를 통해 그 다양성의 매력에 빠지고, 또 다른 세상을 맛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Vamos juntos! 바모스 훈또스, 우리 같이 가요!




스페인어 관심 있는 분들이시라면, 같이 집필 중인 김선 작가님의 <중년도 하고 싶다> 강추합니다. 제 아내가 보고 깜짝 놀랬어요. 저와 공부하는 방식이 똑같다고요. 재미삼아 교양삼아 하나씩 읽어가다 보면 다음번 스페인과 멕시코, 그리고 중남미 여행이 더욱 즐거워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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