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에 대한 욕망, 당신에 대한 소망
이국적 정취 가득한 열정의 땅, 스페인.
곳곳에 가우디의 숨결이 숨 쉬는 도시, 바르셀로나.
어디를 둘러봐도 다들 당당한 자세로 활보하는 그곳.
후줄근한 평소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패셔니스타가 되고픈 꿈을 꾸게 하는 자유의 공간.
스페인 내 가장 많은 미슐랭 스타 (무려 열 두 개!)를 보유한 마르틴 베르사테기 셰프가 바르셀로나에 오픈한 오리아 Oria 에 방문했습니다.
처음 초대를 받아 갔을 때 제공하는 음식마다 스토리텔링이 스며있고,
입안의 극락을 맛보며 시간을 풍성하게 보냈던 추억이 있었지요.
함께 간 분들은 평생에 이런 호사를 처음 누려 본다며 만족도가 상당했습니다.
그때 그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려보며 방문한 그곳은 여전히 기품이 있고 아름다웠어요.
손님 한 명당 웨이터 한 명씩이 담당했기에 고급스러움이 더해졌습니다.
이런 것이 대접받는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지요. (물론, 약간의 부담감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나오는 요리마다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 들여 설명해 주는 전담 호스트 덕에
저 역시 손님들께 식재료부터 먹는 방법과 순서까지 세심히 알려드리는 체험의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이 날의 식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에게서 영감을 받은 최상급 코스 요리, Madre Gaia (마드레 가이아)로 14가지 식도락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식전 까바 Cava (샴페인)서부터 여성 손님을 위해 추천받은 깐따브리아 지방의 로제 와인, 세상에 23병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중 20번째의 병에 든 특제 와인, 바닷물인 해수에 저장하여 독특한 맛을 내는 와인, 초콜릿 후식에 어울리는 카탈루냐 전통 와인까지 식사 중간중간 더해지며 제공되는 음식과 완벽한 마리아쥬 marriage를 가졌지요.
다섯 종류의 와인 덕분에 비용은 최상급 요리를 한 번 더 할 만큼 껑충 뛰어 깜짝 놀랐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더한 건 분명합니다. 손님들마다 살면서 이런 식사, 이런 대접,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했거든요. 더불어 가이드인 제가 얼마나 진심으로 그리고 진정성 있게 일을 진행하고 신경을 쓰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하셨습니다. 서로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과 행동에 감동을 안 받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고급 식당에 가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여유로움이 주는 평안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건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우쳐 주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두 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나고 식당을 나오면서 한 가지 소망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초대를 받는 입장에 있지만,
나중은 그를, 당신을 초대하고 싶은 소망이요.
어찌 보면 욕망일 수도 있을 겁니다. 뭐라 해도 좋습니다.
두 시간 반동안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당신과 같이 하고 싶습니다.
덧글. 글 쓸 게 아니었다면 사진을 찍으려고도 안 했을 겁니다.
당시의 맛과 분위기에만 흠뻑 빠지고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