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풍경을 보니 아이들 얼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이들 뿐이랴, 애를 셋씩이나 낳느라 고생한 아내의 모습도 겹친다.
아내가 애를 낳았으면 나는 키우기라도 같이 해야 하는데 오늘도 버스며 비행기, 기차를 타며 끊임없이 이동하느라 낳고 먹이고 키우고 돌보고 하는 건 전부 아내의 몫이다. 이런 걸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로 독박육아라 한다지. 육아가 얼마나 힘들면 독박이라는 듣기만 해도 온몸으로 거부감이 생기는 말을 쓸까.
미안한 마음에 밤이면 전화를 한다. 매번 내용은 같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얘기 듣고 말하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이다. 아이들이 셋이나 되니 하나씩만 소식을 전해도 언제나 못다 한 얘기가 한가득이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에 밀려 아내의 이야기는 뒷전일 때가 많다. 그래도 요즘엔 본인이 공부하는 얘기며, 독서한 걸로 소재가 다양해지는 걸 듣다 보면 내심 안도감이 든다. 좀 덜 미안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 조금이나마 본인의 것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들으면), 안쓰러운 건 여전하다.
마음도 물질도 이제는 같이 조금 여유가 생기려 한다. 마음의 여유는 회사생활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생겼지만, 물질의 여유를 느낀 건 최근에 와서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느낌이다. 객관적으론 아직까지 집 한 채, 차 한 대 없는 상황이니 진정한 자유와 여유라고 말해선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음의 여유가 먼저 생기고, 그런 상태를 몇 년이나마 누린 덕분일까. 객관적인 자금이나 재산의 수치에 상관없이 행복하다. 일하다 보면 순간순간 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붙잡고, 현장에서 송골송골 맺혀가는 땀을 닦아내며, '오늘도 무사히' 앞에 "제발!"이라는 말까지 외치는 상황을 마주하지만.
오늘도 무사히 보낸 덕에 통화하며 목소리도 듣고,
오늘도 무사히 보낸 덕에 잘 쓰든 못 쓰든 글도 남기며,
오늘도 무사히 보낸 덕에 당신 보는 날이 하루 더해졌으니.
그거면 된 거지.
오늘도 나와 당신의 무사한 하루를 바라며, cheers*!
덧글.
cheers는 비격식 표현으로 thanks, bye, a toast 등 여러 의미를 담습니다.
제목 사진: 60인승의 초대형 2층 버스. 위층에서 보는 기분이 끝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