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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Sep 20. 2023

고민이 늘어간다

불혹이냐 유혹이냐 마흔 아재의 고민

갈수록 어려워진다.

시간이 갈수록 모르는 게 많아진다.

경험이 쌓일수록 주저하는 일이 잦아진다.


예전엔 자신 있게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는 정말 그럴까? 진짜 그게 맞나?

자료가 종이에만 존재할 때는 그 몇 권 안에 담겨 있는 것만으로도 확실하다 여겼다.


그러나 인터넷의 세상이 열린 이상 한 번만으로는 확신이 안 선다.

케토톱 마냥 더 이상 파낼 게 없을 때까지 파고 들어간다. 파다 보면 길을 잃을 때도 있다. 그보다 더 큰 부작용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는 일종의 불안감이다.

예전엔 정답이라 여기던 것도 이제는 수많은 가능성 중의 하나 정도로 여긴다. 다양성이 낳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는 현대인의 불안한 모습에는 가장 흔들리고 있는 '내'가 있다.


공자님은 내 나이가 되면 어지간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 하여 불혹이라 했건만,

팔랑귀와는 다르다고 외치는 나는 순간순간 혹하며 끊임없이 클릭을 하고 있다.


적절한 의문 속에 기존에 알던 게 무너질 때도 있다. 대리석보다도 단단하게 믿어왔건만 살아보니 변하지 않는 건 하나도 없다는 간단한 사실 하나에 모래보다도 더 작게 부서지고 만 것처럼 말이다.

그랬으니, 그럼에도 지금 내가 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진실이고 진짜여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믿는 건 일종의 강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내가 정말 아는 게 많아져서인지, 아니면 알던 것마저 까먹는 게 많아져서인지 헷갈린다.


과연 어디까지를 안다고 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전문가다운 지식이고 실력인지 늘 고민이다.

차라리 데카르트처럼 회의론자가 되어 모든 걸 의심하고 의심하다 결국 의심하고 있는 자아만이 진짜라는 결론에 도달하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업의 특성상 사유하는 철학자로만 남을 수 없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가며 사람의 기분과 적절한 수위를 수시로 파악해야 하는 현장에 있다 보니 고민 끝에 흰머리만 늘어간다. 


내가 아는 것의 절대성을 부인하고 열린 자세로 포용하는 수밖에. 

내 말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들은 게 되기 때문이다.



제목 배경은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의 야경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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