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봄이었다. 2021년 3월. 우연히 본 광고 글이 나를 필사의 세계로 이끌었다.
따스한 문장 7기를 무료로 한 달간 진행한다는 글.
문장을 따라 쓰고 (필사). 필사 후 나오는 질문에 답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따라 쓴 글을 사진 찍어서 단톡방에 올리면 된다는 것.
코로나로 힘들었던 당시 뭐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으로 시작한 필사.
어느새 32기를 진행하고 있다. 한 기수마다 20개의 글이 올라왔으니 26번째면 520개의 글을 접한 셈이다. 앗차 정정, 아직 3개의 글이 남았으니 517개다.
코로나를 지나고 난 지금은 쉴 틈 없는 일정에 치여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만 해도 지난 8일 치 글감을 후루룩 따라 쓰고 질문에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날 것의 답을 올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필사의 의미가 퇴색된다. 필사하는 내내 찝찝하고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득 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써재껴 내려가는 건, 일종의 간증이랄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마음이랄까.
코로나로 방황하던 마음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사할 문장들도 좋고, 질문도 좋고, 무엇보다도 아낌없이 다독여주는 분위기가 모두에게 깃들어 있어서다. 자신을 바꾸고 싶으면 먼저 환경을 바꾸라 하지 않던가. 한 달에 집에 머무는 날이 겨우 하루 이틀 남짓한 나로서는 매일 바뀌는 호텔 객실을 휴식이 아닌 생산적인 공간으로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쉼만 강조하다가 편안과 편리의 유혹에 넘어가 하릴없이 시간만 때우다 잠들기 일쑤다.
필사를 하는 시간만큼은 ㅡ 비록 지렁이 필체를 접할 때마다 몇 번이고 마음을 다스려야 하지만, 그것도 나아지기 위한 수련의 과정으로 여겨본다 ㅡ 문장 자체를 되뇌어 본다. 특히나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이 있으면, 내 손에서는 개미가 기어갈지언정 노트가 아닌 마음에 새기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그 문장 안에 있으면 힐링이 된다. 그리고 나 또한 감동받은 그 문장으로 내일 만날 손님들에게 좋은 향기를 전해주어 같이 감동을 나누고 싶다.
어둠을 밝히는 모닥불이나 촛불은 누군가와 나눈다고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이때 우리가 배워야 할 건 협력과 공감력이다.
백영옥 님의 <힘과 쉼>에서 나온 필사 문장이다. 노트를 채우는 여러 필사 문장들 중 오늘은 유독 이 글귀가 내내 사로잡았다. 뭉게뭉게 구름이 차오르더니 밀도가 높아지자 비가 되어 떨어진다. 갈라진 건조한 마음 밭을 적시고 뾰족뾰족 모난 불평과 불만의 심정을 둥글둥글 다듬어 준다.
8개를 연달아 적어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창피한 마음에 이런 짓 또 하면 안 된다고, 절대 따라 하지 말라고 단톡방에 올렸건만 멤버들은 웃음을 짓고, 와다다다 다독여주는 말로 채워준다. 오히려 본인은 엄두도 못 내 띄엄띄엄한다며 대단하다고 칭찬을 한다. 본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지만 나 역시 창피함은 금세 사라지고 따라 웃게 된다.
이래라저래라, 이러면 안 되고, 그러면 안 되고. 해라와 하지 말아라 식의 규범과 잔소리가 남발하는 곳이 아닌 다독임 가운데 스스로 좋은 방향으로 가게끔 깨우치는 곳. 필체가 언제 좋아질지는 알 수 없으나 필사를 통해 내 마음밭을 헤아려 보고, 돌아볼 수 있어 좋은 곳. 그래서 날마다 부끄러워하고 동시에 신나서 팔짝팔짝 뛴다.
따스한 문장 필사를 운영하는 향기님의 브런치 스토리.
https://brunch.co.kr/@uriol9l/279
나를 살려준 따스한 문장의 글귀로 쓴 글모음.
https://brunch.co.kr/magazine/copia
제목 사진 출처. chloestrong,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