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의 인생에 오지랖 떨 거 없이, 일단 내 삶을 보자. 항구적이며 절대적인게 있었던가.
1년 전, 코비드가 스페인에 유행하기 시작했다. 설마 오래 가겠어. 길어도 연말 전에는 끝나겠지.
2년 전, 가이드업은 천직이었다. 매일이 아름다운 분들과의 만남으로 빚어내는 축제였다.
3년 전, 직접 만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인격을 대하며 상처도 받고 내성도 키웠다.
4년 전, 원어민도 아닌 내가 스페인 회사원과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다니, 행복이 충만했다.
5년 전, 직딩 10년차로 산전 수전 막장전까지 가며 이제 뭔가를 알 거 같은 느낌에 있었다.
각각 그로부터
5년 후, 직딩의 광야시절을 마치고 단물도 쓴물도 다 빠져 나갔다. 이젠 다시 채울 일만 남았다.
4년 후, 영어를 넘어서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에 친해지려고 안간힘을 쓰며 즐기고 있다.
3년 후, 비대면 만남이 대폭 늘었고,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영감을 주는 분들이 생겼다.
2년 후, 가이드업은 잠시 휴직 중이지만, 좋은 분들 덕에 일상의 페스티벌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1년 후, 코비드는 여전하고, 언제 끝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사람이 안 변한다고 한다.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고들 한다. 그래 맞다, 나도 내 인생에서 그런 인간 취급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보아왔다. 하지만, 역으로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가당찮은 존재, 아니,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 아니라고 해서 지금도 꼭. 필시. 계속. 아니어야만 하는 걸까. 그 때 그렇게나 무능 했으니 지금도 무능할 것인가.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면 그럴 것이다. "해 봤자 뭐해, 답정너 인걸." 이런 자세라면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 취급을 받는 거라면 더 쓸 말도 없다. 당연한 얘기를 뭐하러 또 하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정반합의 법칙처럼, 역사의 진보처럼 그렇게 변해오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면서 동시에, 어제 보다는 하나라도 더 나아진 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며 보람을 찾는다. 가장 좁게는 매일 얼굴을 마주대하는 가정부터 시작해, 넓게는 내가 속한 사회와 커뮤니티까지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것이다.
마음을 요동치게 한 일련의 일들이 있었다. 타고나기를 외부의 요인이 없어도 혼자만의 생각만으로도 하루에도 몇 번씩 세상을 만들었다 뒤엎곤 했다. 그럼에도 워낙에 뚜렷한 생채기를 남기고 간 일들이 있어 나 자신을 다시 직시하는 연습을 계속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