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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나 Jun 02. 2021

커피와 함께 김치를 파는 스페인 카페들

스페인 스벅에선 트와이스 노래도 나온다네

지난 주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마드리드 시내 스타벅스에 갔다가 깜짝 놀라는 경험을 했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트와이스의 <more&more> 노래가 들린 것이다. 아이돌 노래를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경쾌한 곡이 많은 트와이스 노래는 내 아침 유산소 운동 메이트이기 때문에 단번에 알아챘다.


"이거 케이팝이야!"


아침에 실내 자전거를 탈 때마다 수없이 트와이스의 무대 영상을 봤기 때문에 어설프게나마 안무까지 따라 할 수 있는 곡이었다. 다들 매장 음악은 크게 신경 안 쓰는 와중에 나 혼자 신이 나서 허우적허우적 몸짓을 하며 노래를 작게 따라 불렀다.


"그러니 한번 더!"



실은 스페인에 살며 뜻밖에 케이팝을 들은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한 번은 차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샤잠 앱을 이용해 곡명을 찾아보니 BTS의 <다이너마이트>였다. 쇼핑을 하다가 매장에서 레드벨벳 노래를 들은 적도 있다. <강남스타일>은 길거리에서 춤 버스킹을 하는 무리들의 한때 단골 곡이었다. 어디 노래뿐이랴.


요즘 마드리드의 힙한 카페나 레스토랑 치고 김치 메뉴 하나 정도 안 갖춘 곳이 없다.


북유럽풍의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아씨드(Acid)에서는 메뉴에 김치 샌드위치를 파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자신들이 직접 담근 김치를 300g 유리병에 담아 병당 5유로에  판매한다. 한 번은 이곳에 있는데 발효 중인 김치 냄새가 묘하게 솔솔 나서 보니 한 구석에 김치통이 보여 한참 웃었더랬다. 또 다른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올라 커피(hola coffee)에는 김치-즈(Kimcheese) 샌드위치라고 해서 김치와 치즈를 이용한 샌드위치를 팔고, 한소(Hanso) 카페라는 곳에서도 김치, 베이컨, 모짜렐라치즈로 만든 샌드위치가 있다. 모두 요즘 마드리드에서 제일 핫한 카페들로 주말이면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곳들이다.


(좌) 매장에 원두와 함께 김치를 진열해 파는 Acid카페 (출처: 직접 촬영) (우) 김치-즈 샌드위치 (출처: Hola coffee 인스타그램)

 

카페뿐만 아니라 수제 버거로 유명한 매드 그릴(Mad grill)이라는 곳에서도 김치 양념을 이용한 '케이팝 버거'가 있다. 아무튼 좀 괜찮아 보인다 싶은 스페인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김치'라는 이름은 이제 단골로 등장하기 때문에 놀랄 일도 아니다.




김치가 이렇게 스페인에서 핫한 음식 재료가 되는 데는 다비드 무뇨스라는 셰프의 역할이 컸다. 가 누군지는 딱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다.


 - 마드리드 유일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대표 셰프


셰프 다비드 무뇨스 (출처: DiverXo 홈페이지)


다비드 무뇨스는 스페인에서는 8번째로 그리고 마드리드에서는 유일하게 미슐랭 3스타를 거머쥔 레스토랑 디베르쏘(DiverXo)의 대표로 치열한 스페인 미식계에서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셰프 중 한 명이다. 런던의 아시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 덕분인지 2007년 마드리드에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래 꾸준히 김치를 이용한 파인 다이닝 요리를 선보여왔다.


한편 김치 자체가 가진 강점도 간과할 수 없다.


키워드는 비건과 발효이다.


대체로 김치에는 젓갈이나 해산물이 들어가지만 필수 재료는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비건식으로 만들 수 있다. 주재료가 야채인 데다가 '발효'라는 특징까지 있어 갈수록 늘어나는 스페인 비건족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만한 잇 아이템이다. 실제로 위에 언급한 아씨드 카페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비건'임을 강조한 김치를 선보인다.



예전처럼 이런 내용들로 보도자료를 쓰던 때였다면 <스페인, 지금은 김치 시대!> <스페인 사람들 "김치 없인 못 살아"> 이런 표제를 뽑았을지 모른다. 실은 지금도 이 글의 제목을 <스페인, 핫플 카페마다 너도나도 '김치 전쟁'>이라고 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그러나 김치가 아무리 요즘 유행한다 해도 당연히 온 스페인이 김치에 열광하여 미쳐있는 건 아니다. 스페인 자체가 요식 트렌드는 있지만 압도적인 대유행 같은  없기도 하다.


허나 굳이 겸손할 필요 없이 스페인에서 확실히 김치가 유행을 선도하는 힙한 음식인 건 맞다. 특히 긍정적인 부분은 미래의 주요 소비세력이 될 MZ세대에서부터 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김치를 세련되게 해석한 파인 다이닝 셰프들을 비롯해 핫플 카페들이 한몫했다. 카페에서 김치를 맛본 스페인 사람들이 오리지널 김치를 맛보고 싶어 한식당에서 김치를 사 먹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관련 행사를 진행하며 김치를 홍보해온 현지 주재 한국 정부기관들의 역할도 지 않았다. 특히 스페인 현지 언론에서는 김치를 한국의 전통요리로 올바르게 소개하고 그 역사와 요리법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관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늦기 전에 김치 코인에 탑승하려면 나도 어서 카페를 열어 '김치 브런치' 메뉴를 선보여야 하는데 말이다. 레시피도 다 생각해놨는데 선보일 카페가 없는 게 원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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