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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나 Oct 28. 2021

찬바람이 불면 스페인에서는 이 간식!

현지인 추천 꿀맛집도 알려 드립니다

한국이라면 가슴속에 삼천 원쯤 품고 다녀야 하는 계절이 왔다. 제철 맞은 붕어빵을 사 먹기 위해서이다. 이곳 스페인도 비슷하다.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하니 갑자기 추로스가 먹고 싶어 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도가 넘는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추로스를 먹는 관광객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는데 고새 갓 튀겨낸 따끈한 추로스를 먹고 싶어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사실 스페인에 살면서도 추로스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 집에서 해 먹기는 어렵고 밖에서 사 먹을래도 의외로 기회가 자주 없다. 보통 축제가 열리는 기간에 길거리 푸드로 팔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푸드 컨테이너에서 파는데 이런 곳이 근처에 없다면 유명 전통 추로스 전문점까지 찾아가야 한다. 물론 일반 카페에서 팔기도 하지만 전문점이 아니면 냉동반죽으로 대충 튀긴 느끼하고 맛없는 추로스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진짜배기 추로스 가게들은 아침에만 영업하는 경우도 많다. 대체로 아침식사로 많이 먹기 때문인데 이런 가게들은 아주 이른 아침 문을 열어 정오쯤 문을 닫아 버린다. 예전 공부했던 소도시에선 새벽에 추로스 가게에 가면 아침잠 없는 노인분들과 막 클럽에서 나온 젊은이들이 뒤섞여 초코라떼에 추로스를 찍어 먹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은 추로스로 해장한다는 말을 하는데, 엄연히 말하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긴 하나 술을 마신 뒤 쓰린 속을 푸는 개념보다는 온갖 클럽을 쏘다니느라 출출해진 배를 달래는 쪽에 더 가깝다.


남부 도시 말라가의 한 작은 마을에서 만난 추로스 가게 ⓒ2021(이루나) all rights reserved

스페인이 원조로 알려진 덕에 스페인에서 추로스 만드는 법을 전수받은 사장님들이 한국에 가게를 내었다는 소문을 듣기도 했지만, 사실 추로스의 진짜 고향은 생각보다 한국에서 더 가까운 곳에 있다. 추로스의 유래로 중국에서 먹던 간식이 포르투갈을 통해 스페인에 왔다는 가설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요우티아오라고 하는 남송시대부터 먹던 추로스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간식이 있다. 이른 아침 중국 길거리에서 많은 이들이 먹고 있는 기다란 튀김빵이 바로 요우티아오이다. 보통 6~9시 사이에 아침식사로 먹는다는 점과 또우지앙(두유)에 찍어 먹는 모습까지 이른 아침 초코라떼에 추로스를 찍어 먹는 스페인과 닮았다.


스페인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추로스는 바르셀로나 고딕지구의 53년 전통 추로스! ⓒ2021(이루나) all rights reserved


어디가 원조든 갓 튀겨낸 추로스는 쌀쌀한 공기가 느껴지면 안 먹고 지나치기 어려운 간식이다. 오래 스페인에 산 덕에 자연스레 여러 도시에서 추로스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 지금까지 최고는 바르셀로나 고딕지구에서 먹은 것이었다. 1968년에 문을 연, 말 그대로 추로스를 파는 곳이라는 뜻의 츄레리아(Xurreria)의 것인데 속은 적당히 쫄깃하면서 겉은 가볍게 바스락거려 그야말로 겉바속촉 하다. 그리고 보통 초코라떼를 찍어 먹는 것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추로스만 사서 설탕을 뿌린 뒤 달달하게 먹는 걸 좋아한다. 스페인 추로스들은 살짝 간간한 편이라 설탕과 함께 먹으면 겉바속촉에 이어 단짠단짠까지 그 맛이 더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탕을 뿌려 먹는 게 평균적인 한국인의 취향인가 보다. 이곳에서 추로스를 받아 들면 귀신같이 주인아저씨가 "설탕?"이라고 한국말로 묻는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설탕을 외쳐댔길래 저 단어를 외웠나 상상하면 웃음이 난다. (아저씨, 다음에는 시나몬 가루도 준비 부탁드려요, 찡긋!)


곧 연휴가 끼어있는 주말인데 슬프게도 비 소식이 들린다. 어디 비가 안 오는 도시로 피신이라도 가볼까 하는데 주변 도시도 다 비 예보가 있다. 내리는 비를 못 내리게 막을 수는 없으니 대신 가을비의 정취를 가득 즐겨볼까 한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온도가 떨어지고 더욱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향해 가게 된다. 이 계절을 핑계 삼아 조만간 갓 튀겨낸 추로스를 먹으며 붕어빵에 대한 그리움달래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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