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인데 부업을 어떻게 해? (2)

당위성의 중요성

by Spark

1. 정말 재밌었던 주말마다의 밤샘 작업

2. 당위성의 중요성


1. 매주말 라스의 사무실에 갔다.


제품을 정하고 상세페이지를 기획했다. 컬러부터, 문구, 장표의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도 정해본 것 같다. 매주 토요일 오후 4~5시쯤에 가서 새벽 3~4시에 끝내서 돌아왔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이 와디즈 업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회사 일도 많아서 진짜 힘들었는데, 주말에도 쉬지 못하니 3개월 이후에 약간 번아웃이 온 것 같았다.


피부도 망가지고, 스트레스도 받고, 운동은 잘 못 가고, 몸 여기저기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피곤한데 잘 쉬지도 못해서 피로도 누적되었다. 그런데 주말에 나왔을 때 같이 의논하면서 하나하나씩 정해 가는 과정이 재밌었다. 대표 언니가 정말 꼼꼼한 성격인데, 하나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문장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은지, 박스를 제작할 때도 초록색 띠지의 1mm도 세심히 살폈다. 어후 나는 디테일에 굉장히 약한 사람이라 그런 점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컬러 하나를 정할 때도 이게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의미가 있었다. 실제 박스를 봤을 때는 언니의 디테일함에 컬러도, 디자인도 이쁘게 뽑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둘이 건축, 인테리어 전공이라 그런지 확실히 미적감각도 뛰어났다. 무슨,,, 업계에서 쓰는 3D 툴이 있다는데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근데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모습이 신기했다. 같이 일하는 동생도 이제는 GIF, 영상까지 터득했더라. 멋지당...!


스크린샷 2025-07-16 오후 9.53.23.png 어려운 프로그램 다루는 둘
스크린샷 2025-07-16 오후 10.35.35.png 경희대 창업 캠퍼스 삼의원, 라이프스케이프. 이때는 1시가 머물러있는 가장 늦은 시간인줄 알았지.


촬영날에는 휴가를 쓰고 현장에 찾아가기도 했다. 모델을 정할 때도 어떤 분이 제일 나은지, 우리 제품과 어울리는 사람을 뽑으려 했다. 제품 샘플이 나오고 실제 촬영 전문가들과 함께 있을 때도 신기했다. 내 주변의 화장품이나 물건들이 다 이런 촬영과 기획과 계속 퇴고하며 수정되는 문구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었구나, 제품 하나에도 여러 사람들의 피와 땀이 들어가는 거였구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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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찍어본 우리 제품


2. 말이 되는가를 계속 생각하라


며칠 전에 언니를 또 보러 갔을 때 디딤돌 R&D에 뽑혔다고 했다. 그래서 2억 4천? 5천?의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거의 투자급이다... 정말 갈 때마다 이렇게 지원사업 같은 걸 턱턱 붙어오길래 궁금해서 물어봤다. 대체 그렇게 글을 잘 쓰는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언니는,


"내가 글을 쓸 때 이게 말이 되는가를 계속 생각해."였다.


스스로 쓴 글을 계속 의심하며 말이 되는가를 살펴본다는 말인 건가 싶었다. 일단은 제품이든 서비스를 할 때 될 놈인지 안 될 놈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요하고. 조금이라도 말을 좀 잘 덧붙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그 다음 작업을 시작한다. 이 제품이 왜 시장에서 먹힐지를 계속 물어보고 답하며, 당위성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조금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나는 말이 되는가를 살펴보기보다는 말이 되겠지~라며 그냥 넘기는 편이었던 것 같기두 하구... 특히 언니의 이런 특성은 상세페이지를 만들었을 때 더욱 드러났다.


부정적인 의미로 글을 쓸 땐 베개 커버, 긍정적인 의미로 쓸 땐 필로우시트로 단어를 통일 한다던가,

앞에서는 이렇게 말했었는데 뒤에서 이렇게 말하면 모순이 있는 거 아닌가?라고 의견을 준다던가,

단어를 고를 때도 "이 단어 밖에 없나? 좀 더 우리가 표현하려는 느낌을 가진 유사어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다.


말이 되는가를 계속 생각해 보는 것... 봤던 것을 보고, 다시 보고, 다시 또 보며 의구심을 갖는 것.


어떻게 보면 창업뿐만 아니라 회사나 다른 일을 할 때도 중요한 태도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과거에 이렇게 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일하지, 왜 이거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으니까. 이런 생각에 생각을 하며 꼬리를 물으면 자연스럽게 논리력도 길러질 것 같았다. (현대 직장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능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즘엔 회사에서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느라 일을 기계처럼 할 때가 많다. 최근에 외부에서 A업무가 처리되었다고 연락이 왔길래 바로 후속 업무인 B업무에 대해 타 기관에 요청 메일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보내고 보니, '내가 이걸 뭐 때문에 지금 요청하고 있는 거지?' 라며 순간 길을 잃었었던 것 같다.


다시 메일 수신함을 거슬러 올라가 히스토리를 찾다 보니 업무의 취지를 알게 되었긴 했다. 당위성을 계속 생각하며 의심을 하는 것, 업무의 취지가 무엇인지 찾으려는 것. 둘 다 근원을 찾기 위함인 것 같다. 그리고 이를 계속 염두에 두고 일을 하는 사람이 일잘러로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암튼 이런 능력 너무 부러워...!! 나도 앞으로 회사 일을 하든 내 일을 하든, 왜?라는 생각을 계속하며 길을 뭉개지도 않고, 길을 잃지도 않는 일잘러가 되고 싶다!!! 이번 일을 하면서 제일 크게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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