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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성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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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rk Dec 06. 2021

'소비'와 '투자' 구분하기

이왕 쓸 돈, 알차게 쓰고 싶다

1. 소비 = 나의 자산가치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에 돈을 지불하는 것

2. 투자 = 나의 자산가치가 플러스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 혹은 이러한 활동에 도움이 되는 곳에 돈을 지불하는 것

3. 투자든 소비든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힘들다


지인 중에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소비는 항상 짜릿하고 즐거운 것이라는 마인드, 오늘은 일단 사면 카드 값은 다음 달의 내가 해결해줄 거야란 마음가짐. 물론 나도 느끼지만 소비는 항상 재밌다. 단지 그 즐거움이 오래가지 않을 뿐이다.


1. 나는 한 때 멍청한 소비를 많이 했다.

대학생 시절에 휴대폰 요금을 아빠가 대신 내주고 있었는데, 항상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휴대폰 소액 결제를 통해서 모든 가질 수 있었다. 그때는 만족이란 걸 몰랐고, 매년 옷장 정리할 때 옷을 한 무더기 버리는 것은 일상 다반사였다. 매년 옷을 그렇게 버려대면 현타를 느낄 법도 한데, 이쁜 인터넷 쇼핑몰이 보이면 클릭하게 되고, 거기에 어울리는 다른 아이템들을 사느라 한 순간 큰 지출이 생기곤 했다. 게다가 모든 개인 쇼핑몰이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은 질이 안 좋아, 결론적으로 그냥 돈을 갖다 버리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나쁜 습관을 자각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기게 된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는 옷을 사도 항상 손이 가는 것만 입게 되고, 이전처럼 이쁜 옷에 끌리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수수함과 편안함을 추구해서 그런가.) 사진만 봐도 이게 이쁘게 찍힌 싸구려 물건인지 대충 가늠이 된다. 요즘은 하나 좋은 것을 사서 관리 잘하고 오래 입자는 마인드로 바뀌게 되었다. 한두 달 넘게 옷가지에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았던 내역을 보면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2. 그래서 그 돈을 다 투자에 넣어버렸다.

최근에 재정 정리를 한 적이 있는데 투자 비중이 94%, 보유 현금 비중이 6%였다. (음.. 지금 다시 수치로 보니 심하게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긴 하다.) 2020.10부터 투자를 시작하면서 '그냥 예금에 넣어둬야지'란 생각이었는데, 올 한 해 운 좋게 성과가 좋았고 수익이 많이 났다. 빨간 불을 보면 금쪽같은 내 새끼 같기도 하고, 현금화해서 소비로 이어질 상황을 안 만들게 되니까 좋은 것 같다.


이런 재테크 측면에서의 투자도 있지만, 사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은 다 투자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에겐 독서나, 여행이 그런 것들에 해당된다. 그러나 최근 내가 나에게 했던 가장 크고 뿌듯한 투자는 '방 인테리어'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고등학교 때부터 살아서 거의 10년이 넘었고, 가지고 있는 가구들은 그보다 더 오래된 것들이 많다. 추억이 많다는 말로 미화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더러웠다. 책상도 오래되고 방 구조 상 햇빛이 잘 들어오는 구조인데 책장이 그것을 다 막고 있고, 책상에 앉아서 무얼 하려면 의자가 너무 낡아 불편해서 앉지 못할 지경이었다.


제일 싫은 점은 내 공간에서 생산적인 무언가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회사 말고는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방에 들어오기가 싫었다. 그래서 주말이면 일부러 공부하려고 카페에 가고 밖으로 많이 나다녔던 것 같다.

Before [비포니까 공개하는 거다..]
중간 과정

이때 한창 감정적으로도 많이 우울한 상태였다. 나는 환경이 한몫한다고 생각했다. 방 인테리어를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당장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서 내 방 평수를 살폈다. 가로/세로 길이를 다 측정하고 기존에 있던 가구들의 크기를 다 재보았다. 그리고 '오늘의 집'에 들어가서 내가 원했던 화이트 우드 톤으로 가구를 싹 다 골랐고, 배치까지 아이패드에 그려 넣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거짓말 안 치고 딱 하루였다. 주문한 모든 것들이 도착하기까지 약 한 달가량이 걸렸지만, 확실히 기분이 전환되고 좋았다.

After [용됐다]

이것은 단순히 인테리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끝나고 집에 와도 난 항상 우울했는데 내 공간이 나를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 퇴근하고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 공간에서 브런치 글을 쓰고 있고, 아침에는 책상에 앉아 일기도 쓰고 저녁에도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할 수 있다. 협탁 위에 조명이나 향초를 켜도 공간 자체가 이뻐 보여서 분위기도 사는 것 같다. 주변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몰라도 나는 확실히 환경의 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낀다. 지금도 내 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정말 행복하다.


이런 것들도 투자라고 생각한다.


3. 물론 언제나 이런 지출만 이어갈 순 없다.

사람은 어떻게든 소비를 하게 되어있다. 내가 위에 정의한 소비 안에서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절제'와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이것 또한 나의 사례가 있다. 바로 가방을 살 때였다. 작년 말, 처음으로 명품 가방을 샀다. 근데 사고 매장을 나오자마자 느낀 것은 '다른 매장의 가방이 더 이뻐 보여서 갖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웃긴 건 이 가방을 고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검색하며 결정 내린 건데, 나의 마음은 참 간사하게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니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고 나에게서 우아한 아우라가 나올 때, 그때 나의 멋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물건을 마련하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이뻐 보였던 가방이 실제로는 손이 많이 안 갔다. 나는 보부상처럼 물건을 이것저것 가지고 다니는 타입이라 큰 가방이 필요한데, 그 가방은 사이즈도 작고 무겁고 물건을 막 넣어 다닐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가끔 결혼식이나 진중한 자리에 나갈 때 그것을 들고나가기 때문이다.


모두 각자의 소비를 통해 그것이 합리적인 소비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지갑을 열 때, '이것이 투자인가 소비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소비라면 합리적인 소비인가'를 따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행동이 어렵지 않고, 굉장히 편하고, 쉽다? 그것은 옳은 방향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지나가는데 그냥 예뻐서 산 물건, 충동구매, 대중교통 이용하기 귀찮아서 타는 택시가 이에 해당한다.


투자든, 합리적인 소비든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그렇지만 그 힘듦을 통해서 몇 년 뒤 달라져 있을 모습을 생각하자. 아! 갑자기 생각난 좋은 말, 얼마를 벌든 지출을 제어하는 능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삶이 피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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