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 sapevo qui, sopra il fiume Hao by CR
제2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평가받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유럽 여러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무엇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라는 책을 엮어 냈다. 책의 첫 장은 다소 의외의 고전, 장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장자와 혜시의 유명한 변론을 꺼내 들며 이야기를 든다. 원제인 “Lo sapevo qui, sopra il fiume Hao” 또한, 장자의 유명한 변론에서 따온 것이다.
장자의 논쟁은 과학의 기초가 된다고 넌지시 시작한 그는, 차근차근 장자와 혜시의 논쟁을 설명하며 2천 년도 넘은 옛날 이야기가 어떻게 현재 시점의 우리에게 자연스레 맞닿아 있는지를 설파한다. 저자의 관심사는 넓고 방대하여, 과학에만 머물지 않고 예술, 음악과 같은 영역을 넘나들며 열려있는 마음으로 많은 이들과 소통한다.
조각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하지만, 세심하게 작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방식이 과학의 탐구와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음악가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음악과 청자의 내면세계가 이어지는 오묘한 음악의 세계에 대한 깊은 대화를 이어간다. 노벨상을 받은 동료들을 향한 존중 어린 찬사나 논쟁이 될 수 있는 사회적인 현상, 그리고 전쟁과 같은 비극 앞에서의 성찰 등의 다양한 주제로 이어지는 그의 글은 따뜻하고, 포용적인 면모가 자연스럽게 드러내 보인다.
글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대중인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배려한 문체 덕분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독자들에게 함께 사유하자는 제안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고, 타인과 자연, 과거와 미래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할아버지의 다정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쩐지 과학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