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상품화 정점, 빅토리아 시크릿의 빛과 그림자

Selling Sexy by by Lauren Sherman & C.F.

by 반선

여성이 가진 아름다움이 상품화되어 온 역사는 길고도 복잡하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은 수긍했고, 인식했고, 저항했고, 때로는 과하다고 느껴질 만큼 급진적인 변화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러한 과잉과 진동의 시간들조차 결국은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데 어느 정도는 기여를 하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지, 이러한 기준은 누가 정의하고, 누가 소비하고, 누가 그 대가를 치르는가라는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Selling Sexy: Victoria’s Secret and the Unraveling of an American Icon’라는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빅토리아 시크릿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스 유니버스와 같은 미인 대회가 당대 최고 인기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조금 식상하고 오래된 느낌을 가져온다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떠오르는 신예 브랜드의 느낌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전면에 내세우며 부상했다. 화려한 런웨이와 천사컨셉은 단순한 속옷 회사가 아니라 하나의 판타지를 판매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속옷이 조금 부끄러운 세대에서, 속옷을 선택하고, 소유하며 자랑하고 싶어 하는 문화로 전환한 데에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안쪽부터 아름답게 갖추고 싶은 여성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정확히 파고든 셈이다.


빛이 있다면 어두움도 있게 마련이듯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양성과 현실성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동안 브랜드는 과거에만 머무르고, 내부 구조적 문제와 스캔들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마주했다. 한 세대의 아름다움을 담당했던 이 브랜드와 그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차분이 짚어나가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면서, 지금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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